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

건물의 원인모를 흔들림으로 안전성 문제가 부각된 테크노마트와 관련, 소유주 프라임그룹과 부동산자산운용사 JR자산관리가 지난달 맺은 계약이 법적 구속력이 없는 조건부 매매계약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1조원대 거부로 알려진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이 대주주(17.14%)인 JR자산관리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아도 위약금을 물을 필요는 없다.

김관영 JR자산관리 대표는 8일 "지난달 맺은 계약은 양해각서(MOU)와 본계약의 중간단계일 뿐"이라며 "통상적으로 '조건부매매계약'이라고 부르는 구속력이 없는 계약"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밀유지의무 때문에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조건부매매계약서에는 본계약 체결 일정과 쌍방의 의무 등이 담겨 있다"며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본계약으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구의동 테크노마트 프라임센터빌딩.

프라임그룹 측도 “명칭은 ‘매매계약서’지만 JR자산관리가 계약을 이행해야 한다는 구속력은 없다”며 “계약금이 오고 간 게 아니어서 계약을 포기해도 위약금 같은 것은 없다”고 인정했다.

A자산관리업체 관계자도 “조건부매매계약은 상호 간의 의무와 조건을 담은 것일 뿐 계약 이행에 대한 구속력이 없다”며 “계약금이 오가지도 않고 투자자들을 모집하지 못할 경우 계약은 없었던 일이 된다”고 설명했다.

JR자산관리는 운용중인 리츠를 통해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있는 테크노마트 사무동을 매입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5월 프라임그룹과 MOU를 맺었다. 양측은 5월 안에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지만 프라임저축은행이 한도를 넘긴 대출로 검찰에 고발조치 당하면서 매각이 한 차례 지연됐다.

그 이후 양측은 지난달 24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본계약을 위한 절차를 재개했으나 지난 5일 건물이 흔들리는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JR자산관리는 건물 매입 여부를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조건부매매계약에는 ▲테크노마트 실사와 투자자 동의에 관한 내용 ▲투자자들의 동의를 받지 못하면 본계약을 진행할 수 없다는 내용 ▲계약금 납입 기한 등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대형 오피스빌딩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나서 이들이 주주로 구성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일종인 자산관리회사(AMC)를 설립하게 된다. 이 회사가 빌딩 매매 계약의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주체다. 결국 테크노마트 매각과정에서 본계약은 JR자산관리가 아니라 투자자를 모은 뒤 만드는 SPC가 진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테크노마트 매각 협상은 한동안 표류할 것으로 예상한다. JR자산관리는 공식적으로 프라임그룹과 협의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입장이지만 투자자들을 모으지 못할 경우엔 매입이 백지화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사단은 건물이 안전하다고 했지만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털어버리고 투자에 나설지는 의문”이라며 “우발적인 사건이지만 JR자산관리에게는 오히려 득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