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사고나 재해를 당하고 나면 그 후로도 오랫동안 심리적 고통을 받는다. 이른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다. 감정이 지나치게 예민해지고, 사고 순간이 시시때때로 떠오르거나, 사고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으면 무조건 피하는 행동을 보인다. 국내 연구진이 '기억 속 상처'라 불리는 심리적 외상의 치유 과정을 뇌 연구를 통해 처음으로 밝혀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서울대 류인균·이화여대 김지은 교수 공동 연구진이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생존자 30명을 5년 동안 연구한 결과, 뇌의 배외측(背外側) 전전두엽(前前頭葉)이 심리적 외상 회복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4일 밝혔다.
배외측 전전두엽은 이마 쪽에 있는 뇌 부위다. 이곳은 원치 않는 기억을 억제하거나 힘든 상황을 좋게 생각하는 식으로 정서를 통제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사고로 충격을 받은 생존자들의 경우 이 부위가 일반인보다 5~6% 정도 두꺼워졌다가, 외상에서 회복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정상 수준으로 줄어드는 현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뇌의 특정 부위가 두꺼워지는 것은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는 표시다. 연구진은 "혈액 검사 결과 뇌세포가 성인이 되고 나서도 변할 수 있게 해주는 유전자의 활동이 환자에게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심리적 외상을 극복하기 위해 뇌가 다시 자라났다는 말이다.
연구진은 외부에서 물리적 자극으로 심리적 외상 회복을 담당하는 뇌 부위를 강화시키는 방법도 찾았다고 밝혔다. 이미 동물실험에서 효과를 확인하고 현재 특허 출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