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플로리다 앞 멕시코만(灣)에서 벌어진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의 원유 유출 사고나 2007년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벌어진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가 천문학적인 피해로 확산된 배경에는 바닷물 흐름을 몰랐다는 점도 한몫했다. 바닷물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알려주는 해류(海流) 지도가 있다면 기름 확산을 줄일 수 있다.

기름유출 사고 직후의 태안군 소원면 만리포 해수욕장.

재미(在美) 한국인 과학자가 주도한 미국 연구진이 레이더를 사용해 바닷물의 흐름을 보여주는 지도 작성법을 개발했다. 미국 스크립스(Scripps) 해양연구소의 김성용 박사팀은 미국 서해안에 설치된 70여개의 고주파 레이더로 표층 해류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해류 지도를 작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표층 해류는 해수면에서 깊이 1미터의 바닷물을 말한다. 김성용 박사는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샌디에이고 소재 캘리포니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레이더를 표층 해류에 쏘면 해류의 속도, 밀도에 따라 반사되는 정도가 달라진다. 마치 정지한 당구공과 움직이는 당구공에 충돌할 때 당구공이 반사되는 정도가 다른 것과 같다. 연구진은 관련 성과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지오피지컬 리서치(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에 지난달 발표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해류 지도 작성법은 국내 바다는 물론, 세계 어느 곳에도 적용할 수 있어 해류 연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김성용 박사는 "해류 지도로 해류 흐름을 알고 있으면 해상 인명 구조 활동, 오염물 추적 등이 한결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도 레이더를 활용한 해류 지도 연구가 전북 새만금 등에서 추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