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경기가 다소 살아나고 있지만, 공공공사 발주가 급감해 건설사가 느끼는 체감경기는 최악인 상황입니다."

올 1분기 공공공사 발주량이 급감하면서 건설사들이 출혈 경쟁에 몸살을 앓고 있다. 가격 경쟁이 심하지 않던 턴키(Turn-Key) 공사에서도 발주처가 제시한 예정가격의 절반 이하에 낙찰받는 경우도 나왔다.

◆ 턴키공사 낙찰률 49%… 역대 최저치

지난 4월 경남기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턴키 방식으로 발주한 경기도 화성 향남 2지구 자동크린넷 시설공사를 202억원에 수주했다. 이 공사의 예정가격은 413억원가량으로 경남기업은 예정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공사를 따낸 셈이다.

2004~2008년 공공공사 낙찰률 추이(자료:대한건설협회, 단위:%)

경남기업은 애초 설계심의에서 코오롱건설##에 뒤진 2위를 기록했지만, 가격을 코오롱건설보다 낮게 써내 공사를 따낼 수 있었다. 결국 이 공사는 역대 국내 공공기관이 발주한 턴키 공사 중에서 최저 낙찰률(49%) 공사로 기록됐다.

턴키 발주는 입찰자가 설계와 시공을 한꺼번에 맡아 진행하는 방식으로 대개 규모가 크거나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공사에 적용된다. 설계심의와 가격개찰 두 가지로 나눠 점수를 매긴 후 이를 합산한 결과로 낙찰자가 선정된다. 대개 가격보다는 설계에 대한 점수 비중이 두 배 가까이 더 높아 낙찰가율(발주처 예정가격 대비 입찰금액)이 90% 이상에서 결정된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턴키 공사의 낙찰률이 40%대를 기록한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며 "발주처가 예정가격을 너무 높였던지 건설사가 출혈 수주를 했던지 둘 중의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기업뿐만 아니다. SK건설은 올해 2월 부산항만청이 턴키 방식으로 발주한 1920억원 규모의 감천항 정온도 향상 외곽시설 설치공사를 1065억원(55.5%)에 따냈다. 다만 이 공사는 설계 대 가격심사 비중이 5대 5로 일반적인 턴키공사보다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중요한 편이었다.

◆ "너무 낮게 써내지 마"… 발주처, 최저가 재심사도 부쩍 늘어

턴키 발주보다 입찰 가격만으로 결정되는 최저가낙찰제 공사도 비슷한 상황이다. 올 들어 가격 적정성 심의가 강화돼 지난해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같은 저가 낙찰은 상당히 줄었지만, 건설사가 가격을 너무 낮게 써내 발주처에서 재심사하는 공사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올해 들어 최저가 공사 가격 심사에서 1순위 업체가 부적정 판정을 받은 후 재심사를 거친 공사는 왜관~가산 간 도로건설공사 2공구, 설악~청평 도로공사, 산림항공본부 청사 및 격납고 신축 공사 등 10여건에 달한다.

이렇듯 건설사들의 저가 입찰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올 들어 공공공사 발주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공공공사 수주액은 5조8000억원가량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조원에 비해 42%가 줄었다. 올 들어 민간공사와 주택 건설 발주량이 지난해보다 늘어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움직임이다.

S건설 관계자는 “주택전문건설업체들의 워크아웃 등이 많았던 작년까지와는 달리 올해 무너진 삼부토건과 같은 업체들은 토목분야에 강점이 있는 업체”라며 “올 들어 토목분야 발주가 많은 공공공사가 급감했기 때문에 이들 업체가 무너진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