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상륙한 170만원짜리 가네보 임프레스 그랜뮤라 크림.

'7200만원짜리 욕조 타일, 1억원짜리 침대….' 수도권 아파트 전세금과 맞먹는 초고가 제품들이 국내에 속속 상륙해 소비 시장을 과열시키고 있다. '최고급 명품'이라고 설명하고는 있지만, 해외 현지 가격보다 거의 2배 가까이 비싸 '고가 마케팅'의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매장을 연 이탈리아 타일 전문브랜드 '시치스(Sicis)'는 하이힐 모양의 금·은 도금 욕조 '오드리(Audrey)'를 선보였는데, 판매 가격이 7200만원에 달한다. 유럽과 미국 등에선 비슷한 플래티늄 도금 제품이 3000만원대에 팔린다. 국내 가격의 절반도 채 안 된다. 미국에서 가장 비싼 제품도 6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시치스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과 수준을 고려했으며 VIP들 고객 반응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문을 연 스웨덴 침구 브랜드 '해스텐스' 역시 1억3800만원짜리 침대를 선보였다. 외국에서도 비싼 브랜드로 이름이 나 있긴 하지만, 해외에서 1억원대 제품이 우리 나라로 들어오면 30% 이상 가격이 훌쩍 뛰는 것이다.

금·은·백금과 희귀 금속으로 도금된 타일로 장식했다는 7200만원짜리 시치스 욕조.

초고가 화장품도 물밀듯 쏟아지고 있다. '라메르'의 디 에센스(45mL)는 285만원, '스위스퍼펙션'의 시크릿마스크(15회용)는 250만원, 지난달 초 선보인 '가네보' 그랜뮤라 크림(40g)은 170만원이다. 한 달치 월급을 쏟아부어야 에센스 하나 살 수 있는 것이다.

2년 전만 하더라도 '100만원짜리 화장품 첫선'이 화제였는데 이제는 100만원 넘는 제품이 수십 종류에 달한다. 한 화장품 브랜드 관계자는 "1년에 3000만원 이상 구매하는 VVIP들도 100명 안팎이고 1000만원 이상 구매하는 VIP는 셀 수 없이 많다"며 "한번 좋다고 소문나면 매장에 손님 몰리는 건 순식간"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경쟁적으로 '1등 제품'만 구매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가격을 최고가로 책정해 놓고 '1등'으로 광고해야 소비자들이 몰려드는 경우가 상당수"라며 "남들에게 뒤져서는 안 된다는 소비 강박관념과 그러한 허영심을 공략한 판매상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