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남 거제대우조선해양 조선소에는 브라질대만 선주사가 발주한 드릴십(심해석유시추선) 3척에 대한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이 작업이 끝나면 올해 수주한 새로운 드릴십 3척에 대한 설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한국 조선업계의 새로운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해양 시추 관련 선박·시설물이 떠오르고 있다.

올 들어 세계 곳곳에서 발주한 드릴십은 모두 10척. 대우조선해양(3척) 등 한국 조선업체들이 100% 모두 쓸어담았다. 여기에 드릴십이 원유를 발견한 자리에서 원유를 정제하고 저장하는 초대형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해양설비운반선·해양 플랫폼(해저 지지대를 박아놓은 석유 시추시설) 등은 현대중공업이 수주했다.

심해석유시추선 드릴십… 대우조선해양이 이달 초 노르웨이 해양 시추업체인 아커 드릴링으로부터 수주한 드릴십과 같은 모델. 최대 수심 3.6㎞의 바다에서 바다 밑 12㎞까지 석유 시추가 가능하다.

유가 80달러 넘으면 심해 유전 개발 붐

해양 시추 관련 발주량은 국제 유가의 상승세와 비슷하다. 석유개발 원가를 따져보면 육지 개발이 가장 싸고 그다음이 대륙붕이며 가장 비싼 곳은 심해다. 심해 석유 시추가 돈이 되는 순간은 유가 80달러가 넘어설 때다.

심해 시추를 위해서는 굴착시설을 가진 드릴십이 필수다. 길이 9.6m짜리 시추 파이프 수백개를 이어서 바다 밑 땅속을 뚫는 방식이다. 요즘 드릴십은 바다에 둥둥 뜬 채로 수심 3.6㎞ 심해에서 석유를 시추한다. 2~3년 전 최대 수심 3㎞ 드릴십보다 더 깊은 바닷속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엑손모빌, BP 등 석유 메이저들은 국제 유가가 80달러를 넘어서자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았던 심해 유전 개발에 나서며 석유시추선 발주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분야의 경쟁력은 원유 유출 사고가 나지 않게 하는 안전장치 기술과 수주를 받고 빠르게 만드는 능력에서 판가름난다.

한국 조선산업을 위협하는 중국 업체들도 관련 제조 시설을 마련해 놓고 있지만 한국 업체에 위협을 주는 단계는 아니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경우 전통적으로 육지에서 석유를 시추하는 기술이 발달하다 보니 해양 시추 기술을 장착한 부문을 세계 정상급으로 끌어올리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해양 시추 분야가 상선 부문을 넘어서는 곳도 나와

업계에선 2007~2008년 같은 조선 호황기는 다시 찾아오기 어렵더라도 해양 시추 관련 발주는 과거 호황기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본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수주 목표 110억달러 가운데 60억달러를 해양 부문에서 올리겠다"고 밝혔다. 목표대로라면 올해 처음으로 해양 시추 관련 수주가 상선 규모를 넘어서게 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7일 심해 시추용 드릴십 2척을 수주함으로써 2000년 이후 발주된 63척의 드릴십 중 절반이 넘는 34척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해양설비는 발주처에 따라 바다의 수온, 바람, 기후를 고려해서 설계를 따로 해야 하는 등 고부가가치 영역"이라며 "고유가가 지속할수록 해양설비 부문에 대한 관심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