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3도어 스포츠쿠페 ‘벨로스터’는 외관이 화려하다. 문짝이 운전석 쪽에는 1개, 동승석 쪽에는 2개 달린 특이한 차체구조도 눈길을 끈다. 지금까지 출시된 현대차 모델 중에는 가장 파격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치 않다.

하지만 파격적인 외관에 비해, ‘달리고 돌고 서는’ 차의 본질에서는 벨로스터와 플랫폼(차체뼈대)을 공유하는 아반떼와 비교했을 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새롭지 않을 뿐 아니라, 나아진 것이 없다는 얘기다. 일부 현대차 관계자들은 ‘벨로스터의 주행성능은 미니 쿠퍼나 골프 GTI 같은 차들과 비교해 달라’고 했다. 정말 벨로스터가 그 정도의 주행성능 향상이 이뤄졌을까. 몰아보면 안다.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늘 위험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할 수 있다. 이 차의 주행성능을 유럽산 몇몇 스페셜티카와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현대차는 새 슬로건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새로운 사고, 새로운 가능성)’를 발표하며 이를 구체화하려는 수단으로 특이한 외관 구조의 벨로스터를 내놓았다. 올해 1만8000대 한정 생산·판매, 화려한 신차 오프닝쇼와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한 회원제 서비스 운영 등 국내 자동차업체로는 이례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화제를 모았지만, ‘새로움(New)’은 그 뿐이 아닐까라는 아쉬움이 느껴진다.

이 차의 성격은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스포츠카라고 할 수도, 해치백(뒷좌석과 트렁크가 합쳐진 형태)이나 쿠페라고도 할 수 있다. 여러 차체형태의 특징을 한 데 섞어놓은 새로운 개념이다. 현대차는 벨로스터를 '프리미엄유틸리티비이클(PUV)'이라고 정의했다. 어쨌거나 '흥미로운 차'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20~30대 젊은 소비자층이 타깃이다.

'프로젝트명 FS'라는 이름으로 개발된 벨로스터는 지난 2007년 서울모터쇼에서 원형 콘셉트카가 공개될 때부터 숱한 관심을 모아왔다. 2009년 현대차가 벨로스터를 실제 생산,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후부터는 업계와 소비자들의 기대가 더욱 커졌다. 콘셉트카 공개 시점으로부터 4년, 개발기간 40개월만에 등장한 벨로스터를 타고 서울에서 경기도 가평까지 왕복 130여km를 달리며 이 차의 특징을 분석해봤다.

◆ 화려한 외관, 특이한 차체구조…섬세한 설계 돋보여

먼저 외관을 살펴보자. 앞모습은 현대차 SUV 투싼ix 등에 적용된 벌집모양의 6각형 헥사고날 그릴을 적용했다. 뒷모습은 해치백에 가깝지만, 천정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라인이 완만하다. 후미등은 깊게 파여있다. 차체 곳곳에는 뚜렷한 선 장식을 집어넣었다. 납작하게 엎드린 듯한 느낌의 차체, 두툼하게 양 옆으로 튀어나온 뒷바퀴 휠하우스, 차체에 비해 큰 18인치급의 타이어에 형광 연두색, 오렌지색 등 각종 현란한 색상까지…. 한 눈에 보아도 '화려하다'는 느낌이 든다.

차체 크기는 길이 4220mm, 폭 1790mm, 높이 1400mm. 4인승이다. 실내공간을 좌우하는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거리(축거)는 2650mm로 신형 아반떼보다 5cm 짧다. 내부는 신형 아반떼보다 약간 좁다. 높이가 낮아 타고 내릴 때 불편함이 느껴진다. 앞좌석은 큰 차이가 없지만, 뒷좌석이 좁다. 뒷좌석은 6:4 비율로 앞으로 접을 수 있는 폴딩시트다. 접으면 트렁크 적재공간이 늘어난다.

벨로스터의 내부 모습. 센터페시아 아래에 시동버튼이 달려있는 점이 특이하다.

내부 인테리어 마감수준은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자재는 플라스틱과 합성수지가 대부분이지만, 원가를 낮추면서도 싸보이지 않도록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버튼식 시동버튼이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AV시스템과 공조장치 조작버튼이 모여있는 중앙부) 아랫부분에 있는 점이 독특하다. 오디오 아랫쪽에는 USB 연결단자와 외부입력단자(AUX)가 있다. 다양한 휴대용 오디오장비를 쉽게 연결할 수 있다. 도어 안쪽과 변속기 주변에는 음료수를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콘솔박스는 작다. 지갑 등 소품을 보관할 수 있는 정도다. 또 도어 안쪽 문고리 밑에 튀어나온 또 하나의 손잡이가 있는데, 개폐기능은 없지만 쓸 수록 편리하다. 차에서 탄 뒤 문을 닫을 때 도움이 된다. 운전석 문짝 1개만 있는 왼편 뒷좌석에는 안팎에서 여는 손잡이가 없다.

화제를 모았던 ‘3개의 문’ 구성을 보면, 오른쪽 동승석 뒷자리는 밖으로 드러난 손잡이가 없다. 창문쪽 기둥에 손잡이를 숨겨놓았다. 한국GM 경차 시보레 스파크(구 마티즈크리에이티브)에 사용됐던 아이디어와 똑같다. 출시는 스파크가 먼저였다. 둘 중 어느 회사에서 먼저 이 아이디어를 고안했는지는 알 수 없다.

◆ 성능 아반떼와 동일…탄탄한 하체는 일품

제원상의 동력성능을 보자. 벨로스터는 파워트레인(엔진과 변속기 등 동력계통 부품)이 신형 아반떼와 똑같다. 같은 1.6L급 감마 휘발유 직분사식(GDI)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최대출력은 140마력, 가속능력을 나타내는 토크 수치는 최대 17.0kg·m이다. 이 같은 수치상의 제원은 터보차저나 수퍼차저 등을 탑재하지 않은 자연흡기방식의 1.6L급으로는 상당히 강한 수준이다. 웬만한 2L급과 같을 정도다. 하지만 마력이 높다고 해서 강력한 가속능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파워트레인은 같지만 연비는 아반떼(16.5km/L)보다 낮은 15.3km/L(자동변속기 기준)다. 타이어 크기를 아반떼(15~17인치)보다 큰 17~18인치급으로 올리면서 연비가 낮아졌다. 무게도 아반떼(1190kg)보다 40kg 더 무거워졌다. 독특한 차체구조로 인한 공기저항능력 저하도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벨로스터의 심장인 1.6L급 GDI 엔진. 신형 아반떼와 100% 똑같다.

창문을 닫고 시동을 걸자 경쾌한 엔진음이 들린다. 변속기는 일자형이 아닌 계단식인데, 플라스틱 커버를 덧씌워서 적응이 쉽지 않다. 먼지 유입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기어노브가 위치한 단수를 한 눈에 보기가 어렵다. 변속기를 맨 아래까지 내리면 주행(D)모드. 왼쪽으로 밀면 수동식으로 기어 단수를 조작할 수 있다.

초반 출발은 가볍다. 시속 60~80km대로 끌어올리는 것도 경쾌하다. 시속 120km까지도 가볍게 올라가지만, 그 이후부터는 속도를 붙여가는 속도가 점차 느려진다. 분명히 출력이 강력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무난함에 가깝다. 달릴 때 엔진소리는 시원하지만, 속도가 뒤따르지 못하는 느낌이다. 신형 아반떼와 비교하면, 무거워진 차체를 변속기 기어비 조정을 통해 어느정도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엔진 회전수를 최대치까지 밀어붙였을 때의 속도는 아반떼와 별 차이 없지만, 속도를 높여가는 움직임이 한층 더 경쾌하다는 얘기다.

하체구조는 매우 만족스럽다. 이 부분만큼은 신형 아반떼와 차이가 크다. 코너링 시 매우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적당히 단단한 서스펜션(현가장치)의 움직임을 느끼며 가파른 코너링을 정확하게 돌아나갈 때는 희열이 느껴진다. 안정감도 확실하다. 그래서 약간 부족한 느낌의 출력이 더 아쉽다. 구동방식은 앞바퀴 굴림방식(전륜구동)이다.

◆ '디자인=상품성?'…동력계통 다변화 기대돼

벨로스터의 성능이 결코 준중형급에서 뒤떨어진다고도 할 수는 없다. 다른 국산 준중형차에 비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벨로스터를 운전하며 느껴지는 괴리감은 화려한 외관과 무난한 내부 성능 사이에서 빚어지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벨로스터의 뒷모습.

실제로 벨로스터는 개발 초창기에는 최근 현대차 쏘나타 터보(미국에만 출시), 기아차 스포티지R 등에 적용된 신형 터보 GDI(T-GDI) 엔진과, 기어가 변속되는 속도가 빠른 듀얼클러치변속기가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벨로스터가 콘셉트카를 향해 엿본 화려한 외관에 어울리는 고성능 스포츠카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모든 소비자가 고성능 차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고성능 준중형차’를 구현하기에는 제작사 입장에서 가격 측면에서도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크게 눈에 띄는 편의사양은 없다. 10분간 운전행태를 점수화해 표시해줌으로써 연비운전을 습관화하도록 해주는 에코 가이드 기능, 차체자세제어장치(VDC)와 비대칭 마찰 노면제동, 가속 또는 급차선 변경에 의한 차량 불안정시 조향력을 조절해 차량 안정성을 향상시켜주는 샤시통합제어시스템(VSM), 운전석·조수석과 사이드·커튼 등 6개의 에어백, 타이어공기압경보장치(TPMS) 등 필수적인 안전사양들은 대부분 기본으로 탑재했다. 차량 트림(편의사양의 구성에 따른 라인업)도 일반형과 고급형 2종류로 단순화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우 바람직한 선택이다.

그렇다면 1940만~2095만원인 벨로스터의 가격대는 합당할까. 신형 아반떼(1490만~1990만원)보다 최대 450만원 비싸다. 벨로스터는 엄밀히 말해 아반떼와 성능 면에서 차이가 없다. 눈에 띄는 편의사양이 추가된 것도 아니다. ‘자세’를 내기 위한 큰 타이어와 독특한 디자인 탓에 연비효율도 낮아졌다. 화려한 외관과 한정판매의 희소성만으로는 높은 가격대가 설명되지 않는다. 물론 디자인 면에서는 상당히 공을 들인 점이 분명하다. 제조업에서 디자인은 분명한 경쟁력이다. 때로는 훌륭한 디자인이 높은 가격대의 뒷받침이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관건은 어디까지나 소비자의 주관적인 선택 기준에 달려있다.

벨로스터를 타면서 내내 떠오른 차가 있다. 기아차 ‘쏘울’이다. 역시 출시 초기에 박스(box) 형태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크게 주목받았다. 기아차 이미지 개선에도 큰 도움을 줬다. 하지만 1.6L 휘발유모델의 경우, 기아차 준중형차 포르테와 성능 면에서는 전혀 차이가 없었다. 판매량은 점차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유럽시장 출시를 시작으로 하반기에 북미시장과 기타 일반지역에도 벨로스터를 선보일 예정이다. 어떤 엔진이 탑재될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현대차는 이후 벨로스터의 터보 모델과 ISG(Idle Stop & Go·정차 시 자동으로 시동을 꺼 공회전을 줄여주는 연료 절약장치) 모델을 추가할 예정이다. 화려한 외관에 어울리는 고성능을 추구하는 국내 소비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새 슬로건을 발표하며 이미지 쇄신에 나선 현대차가 이 같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