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한국소비자원 자동차 부문 조사위원

경북 칠곡에 사는 전모씨의 하소연이다. 전씨는 작년 7월 SUV를 구입했다.

"경유 차량이고 겨울인 점을 감안해도 정차시 진동이 너무 심합니다. 진동 때문에 헤드레스트(목 받침)에 머리를 기댈 수 없을 정도입니다." 전씨는 "제조회사에 불만을 얘기해도 '원래 그렇기 때문에 개선책이 없다'는 얘기만 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특정 RPM(엔진 회전수)에서 소음이 난다' '내 차 엔진 소음이 다른 차보다 크다'는 등 차량 진동과 관련해 현재 소비자원이 조사 중인 것만 100여건이 넘는다. 지난해 소비자원에서 조사한 차량 결함 조사 32건 중 46.9%인 15건이 진동·소음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자동차의 진동(Vibration)은 엔진에서 발생된 진동이 엔진 마운팅(엔진과 차체를 연결시키는 충격 완화장치)과 서브 프레임을 거쳐 차체에 전달된다. 공회전(idle) 상태에서 엔진에서 전달되는 운전대·차체의 진동이 그 예이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 제동력에 의해 차체가 떨리는 등 엔진 진동 이외의 원인도 있다.

자동차의 소음(Noise)은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시끄러운 소리를 통칭하며, 그 정도를 보통 데시벨(dB)로 나타낸다. 엔진에서 발생돼 자동차 안으로 유입되는 엔진 투과음, 엔진 진동에 의해 차체·현가장치의 진동수가 증가하여 나타나는 공명음(Booming Noise), '우웅'하는 저주파음, '삐이' '에엥'하는 고주파음, 고속 주행을 할 때 발생하는 풍절음(바람 가르는 소음), 부품·내장재끼리 부딪쳐 발생하는 마찰음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참고로 도서관이 40dB, 사무실이 65dB, 굴착기 소리가 105dB 정도다. 자동차 가속시의 주행 소음, 즉 실외 소음에 대해서는 법규상으로 국내·유럽 모두 74dB(승용차 기준) 이내로 규제하고 있으나 실내 소음의 경우는 중국만 규제(시속 90㎞ 정속 주행시 65dB)할 뿐 그 이외 국가에서는 규제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기계에서 비정상적으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은 시정이 필요하다. 자동차의 소음·진동은 소비자가 처한 여건과 환경·직업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또 주관적인 감성의 차이가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비싼 돈을 주고 나만의 공간에서 달리는 즐거움을 얻기 위해 구입한 내 차에서 소음·진동에 시달린다는 것은 여간 짜증 나는 일이 아니다.

자동차는 구조적으로 소음과 진동이 불가피하게 발생하지만 제작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분은 나중에라도 이를 고치고 개선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제작사는 소음·진동과 관련된 소비자 불만에 대해 처음부터 '이상이 없다'는 식의 선입견을 갖지 말고 소비자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과 끈기 있는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