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채권 장내시장에서는 현재 국고채 3년 만기의 지표 채권으로 사용되고 있는 '국고0375-1306(10-2)' 종목이 순식간에 매도호가가 사라져 버렸다. 누군가가 촘촘히 원 단위로 쌓여 있는 매도 호가를 모두 사버린 것이다. 이를 두고 채권업계에서는 '장내에서 스퀴즈가 일어났다'는 표현을 주로 쓴다.

스퀴즈(Squeeze)란 영어식 표현대로 무엇인가를 압박한다는 표현처럼 장내 채권시장에서 매수호가나 매도호가가 층층이 쌓여 있는데 이를 모두 사버리거나 팔아버리는 것을 말한다. HTS(홈트레이딩시스템)의 주식 매매 화면에 있는 매수호가나 매도호가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누군가가 한 종목을 사겠다고 생각하고 가격별로 층층이 있는 매도호가를 모두 사들이는 것이다.

누군가가 정말 필요해서 사는구나 정도로만 생각할 수가 없는 이유는 이를 통해 의도적으로 가격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 거래의 80%가 장외에서 이뤄지지만 국고채 지표물 등은 장내시장을 통해서도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채권 거래의 장내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국고채전문딜러(PD)에게 장내시장의 거래에서 국채 호가를 의무적으로 내도록 했다. 증권사와 은행 등 국고채전문딜러로 선정된 금융기관은 장내에서 매도호가를 내기 위해서는 장외에서 채권을 사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때 누군가가 장내에서 한 채권을 비싸게라도 산다면 매도호가를 냈던 국고채전문딜러는 장외에서 이보다 더 비싸게 가격을 주더라도 채권을 사와야 한다. 장내에서 다시 매도호가를 내야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내에서 스퀴즈 매매가 발생해 채권 가격이 오르면 장외에서 채권 가격은 이보다 더 올라가게 된다. 누군가가 만약 의도를 가지고 한 채권의 가격을 올리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주식시장에서 얘기하는 소위 '작전'이 채권시장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선물과 현물을 이용해 차익거래를 하는 투자자들은 선물을 사고 현물을 파는 매매를 하게 된다. 이들은 현물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현물을 빌려서(대차) 팔 수 있는데 만약 빌려준 쪽에서 현물 채권을 상환하라고 요구하면 채권을 비싸게라도 사야한다. 장외에서 구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장내에서라도 비싸게 사야되고 스퀴즈 매매가 장내에서 일어난다면 장외시장에서 그 채권의 가격이 더 오르게 되는 악순환이 생기게 된다.

이런 스퀴즈 매매는 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내 거래가 투명성이 확보되기 때문에 이들이 선호하는 것이다. 또 장내시장에서는 국고채 지표물이 주로 거래되기 때문에 국고채를 주로 매매하는 외국인 투자자들로선 좋은 매매 창구가 되고 있다. 그러나 채권업계에서는 스퀴즈 매매를 하는 곳이 일부 국내 금융기관들도 포함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요즘 스퀴즈 매매의 대상은 현재 국고채 3년 만기 지표채권인 10-2 채권이다. 지난 6월에 발행된 이 채권의 발행수량은 6조5000억원 수준이다. 이 중 절반가량을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고 2조원 정도는 현재 채권이 필요하지 않은 보험사 등의 기관들이 다른 금융기관에 빌려줬다. 따라서 약 5조원 정도가 유통되지 않아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물량이 매우 작은 수준이다. 스퀴즈를 통해 가격을 올리기 쉬운 상황이고 실제로 국고채 3년 지표물 10-2 채권의 스퀴즈 매매가 여러번 발생해 최근 채권 시장에선 다른 만기 채권까지도 강세를 보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