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반기 물가가 불안하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점차 높아진다"는 말이 익숙하다. 정부와 한국은행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다. 또 혼자 사는 자취생은 "요즘 채소·과일이 비싸서 먹지를 못한다"고도 한다. 신선식품 가격의 급등으로 장바구니 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2.6%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7%를 기록한 이후 7개월째 2%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상(異常)기후에 따라 급등한 신선식품만 빼고 보면 물가 수준이 괜찮은데, 오히려 물가 전망이 소비자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을 높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소비자들이 향후 1년간 물가상승을 예상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0%를 유지하다가 지난 7월과 8월 각각 0.1%씩 상승하는 중이다.

신운 한은 물가분석팀장은 일시적인 가격 변동폭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에 주목했다. 신 과장은 "8월의 근원인플레이션이 전년동월대비 1.8% 증가했는데, 수치 자체가 높지는 않지만 3월에 1.5%를 기록한 이후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의 바닥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또 그는 "신선식품을 비롯한 농산물도 가격 급등이 장기화되면 외식 요금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공업제품으로 분류되는 가공식품의 가격이 올라 물가 전체에 파급된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담당자 역시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지만, 조금은 톤이 달랐다. 이억원 기재부 물가정책과장은 "경기가 좋아지면 소비가 늘고 물가 압력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월 단위로 봤을 때 농산물이 오르는 대신 석유류는 내리고, 또 공공요금은 안정기조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 불안 발언이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효과도 있다는 의미에서 "장바구니 물가를 강조하면서 물가를 우려하는데, 시장에서는 경쟁이라는 요소도 있기 때문에 가격을 무작정 올릴 수는 없다"고도 말했다.

결국 장기적으로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제하에서도, 물가 불안 심리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적정선에서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혜선 산은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단 물가가 점진적인 상승 추세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소비자물가의 품목에 비해 실제 생활비로 쓰는 품목의 범위가 더 작아 물가 수치와 체감 물가의 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소비자물가지수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각종 체감 지표를 보완자료로 활용해 정책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