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SH공사·인천도시공사·경기도시공사 등 전국 16개 도시개발공사 중 15곳의 재무구조를 정밀점검하고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이들 공사가 추진 중인 개발사업들 중 일부는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업성이 불투명한 개발사업을 중단하기로 한 것과 마찬가지로 도시공사 개발사업도 대거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이다.

행안부는 지난달 초 성남시가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을 선언하자 지방공기업이 무분별한 개발사업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지방공기업 재정 건전성 강화TF'를 구성해 도시개발공사의 재무구조를 점검하기로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3일 "10월말까지 각 도시개발공사가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해 1차 평가를 마치고 연말까지 규모를 축소하거나 일정을 조절할 필요가 있는 사업들을 통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이 높은 도시개발공사가 추진하는 개발사업 중에 사업성에 의문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축소 또는 연기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세운재정비촉진사업 완료 후 북한산과 남산의 녹지축이 연결된 예상모습. SH공사는 세운재정비촉진사업의 규모를 줄이기 위해 촉진계획변경안을 마련 중이다.

도시개발공사 중에서 부채가 많은 곳은 SH공사(16조3455억 원·2009년 말 기준), 경기도시공사(6조7159억 원), 인천도시공사(4조4609억 원)로 이들 3곳의 부채는 전체 16개 도시개발공사 총 부채의 78%가 넘는다.

문정동 법조단지·동남권 유통단지(가든파이브)·세운재정비촉진사업 등을 진행하는 SH공사는 자체적으로 세운재정비촉진사업의 사업규모를 재조정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세운재정비촉진사업은 현재 세운상가가 있는 서울 종로구 종로3가동 일대 43만8585㎡(13만2671평)를 주거, 업무, 판매시설을 갖춘 곳으로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사업장 중간에는 녹지 축을 만들어 종묘부터 남산까지 걸어갈 수 있게 만든다는 계획이지만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면서 계획을 다시 세우기로 했다.

SH공사 관계자는 “계획을 수립하고 나서 여건이 달라진 만큼 사업성을 다시 분석하고 있다”며 “조만간 시장에게도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도 “현재 계획은 주거, 업무, 판매시설을 30%씩 짓도록 했는데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H공사는 지난해 고시한 ‘세운재정비촉진계획안’을 변경하는 용역을 조만간 발주할 예정이다.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진행하는 하버파크호텔의 완공 후 예상모습. 인천도시개발공사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 일부 사업의 시기를 늦추거나 규모를 줄일 예정이다.

인천도시개발공사도 지난달 중순 ‘사업구조조정위원회’를 구성해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을 전체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인천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지방선거 이후 인수위원회에서 부채가 높다는 지적이 나와 시급하게 추진할 사업, 상대적으로 덜 급한 사업을 분류하기 위해 모든 사업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아직 분류기준이나 방침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인천도시개발공사는 현재 송도 글로벌대학캠퍼스·밀라노 디자인시티·영종하늘도시·검단신도시·OK 센터 건립사업 등 40여 개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중 사업이 지지부진하거나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것들은 일정을 연기하거나 규모를 축소할 방침이다.

광교신도시, 동탄2신도시, 고덕국제도시 등을 진행하는 경기도시공사도 행안부의 정밀진단 결과에 따라 부채를 감축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경기도시공사 관계자는 “금융기관에서 차입한 부채만 기준으로 하면 부채비율이 200%로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진단결과 부채를 줄여야 한다면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