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예산지원을 무기로 대기업들에 중소기업과의 상생(相生)을 본격 압박하고 나섰다. 1조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연구개발(R&D) 과제 사업자의 당락(當落)이 '중소기업 상생' 항목에서 결정적으로 갈린 것이다.

지식경제부는 2일 '세계시장 선점 10대 핵심소재'(WPM) 사업에 참여할 기업을 선정 발표했다. 이 사업은 2018년까지 10개 분야에 1000억원씩 총 1조원을 투입해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용 기판소재' 등 미래 신기술을 개발하는 대규모 국가 R&D 프로젝트이다.

LG화학 컨소시엄과 삼성SDI 컨소시엄이 맞붙은 '2차전지용 전극소재' 분야에선, 최근 GM·포드 등 세계적 자동차 회사에 2차전지를 공급하게 된 LG화학이 대상 기업으로 유력시됐다. 하지만 지경부 관계자는 "현재 두 기업의 기술력만 비교하면 LG화학이 우세할 수 있지만, 삼성SDI가 훨씬 많은 중소기업과 협력한 점을 높이 평가해 삼성SDI 컨소시엄을 지원 대상 기업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컨소시엄 19개 기관 중 12개를 중소기업으로 구성한 삼성SDI는 "중소기업에 사업비 중 54%를 할당하고, 대기업에는 23%만 배당할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기술개발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LG화학은 컨소시엄 22개 기관 중 중소기업은 4개에 불과하고 대학·연구소가 15개였다. LG화학 관계자는 "올 6월 사업 신청 때는 대학·연구소와 기술 협력을 맺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는데, 지금은 상황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에 따르면, 10개 컨소시엄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6개, 삼성전자가 4개 참여하는 것으로 드러나 정부 예산이 일부 대기업에 편중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장기적으로 중소기업을 키우려는 정부 의지가 약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첨단 분야인 만큼 대기업의 높은 기술력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