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은 자동차를 타고 떠나는 '로드 무비'(주인공의 여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영화) 같은 낭만을 꿈꾼다. 지붕이 열리는 컨버터블부터 각종 놀이용품을 가득 싣고 달릴 수 있는 스포츠유틸리티비히클(SUV)까지, 여름철 휴가에 어울리는 차량은 다양하다. 최근에는 차 안에서 숙박과 간단한 요리까지 할 수 있는 캠핑카를 피서지에서 보는 일도 낯설지 않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일부 휴양지에서는 '캠핑카족(族)'을 위한 야영장을 갖춰놓기도 한다. 올여름엔 캠핑카를 타고 영화 속 주인공처럼 '오토캠핑'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여름휴가를 위한 오토캠핑 준비 요령과 전국의 오토캠핑장을 알아본다.

다양한 캠핑카, 가격도 천차만별

'오토캠핑'이란 '자동차(auto)'와 '캠핑(camping)'의 조어인데, 실제로 이런 영어 단어는 없지만 국내에서는 '자동차 여행을 하며 야영하기' 정도로 쓰이는 말이다. 이 문화는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시작됐다. 최근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건설한 캠핑장이 늘어나는 등 국내에서도 활성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캠핑카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장소와 환경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곳 어디서든 차를 세워 휴가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캠핑카에 햇볕을 가려주는‘타프(Tarp)’를 드리우고 접이식 의자와 테이블을 꺼내 놓으면 노천카페가 따로 없다.

캠핑카의 가장 큰 매력은 장소와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곳 어디든 자유롭게 떠날 수 있다는 점이다. 숙박비 등 여행경비를 줄일 수 있고, 자연과 맞닿은 곳에서 여가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동수단이자 숙소이기도 한 캠핑카는 현대차 그랜드 스타렉스 등 대형 승합차를 개조한 '모터캐러밴'과, 화장실과 취사시설, 침대 등을 갖췄으며 소위 '캠핑 트레일러'라 불리는 탈착형 '캐러밴'두 종류가 있다. 공간활용을 위해 앞·뒷부분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접이식 트레일러'도 나왔다. 가격은 사양에 따라 모터캐러밴이 4000만~1억원, 캐러밴은 1000만~3000만원 사이. 편의사양의 선택에 따라 주문 후 최소 1주일, 길면 2개월 정도가 걸린다.

필요한 준비물 뭐가 있나

최근에는 캠핑카에 냉장고나 전자레인지 등 취사시설과 숙박·샤워시설은 물론, 위성TV와 DVD플레이어, 노래방 등 각종 멀티미디어 장비를 갖추고 가죽소파, 원목 식탁 등 고급 가구로 꾸민 '호화 캠핑카'도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캠핑카는 여느 수입 고급차 못지않은 억대의 가격표가 붙는다. 가격이 만만치 않은 만큼 렌터카를 이용하는 게 보편적이다. 대여료는 차종에 따라 1박 기준 15만~50만원 선.

캠핑카에는 여행에 필요한 준비물들이 대부분 충실히 구비돼 있지만, 보다 낭만적인 여행을 위해 '화롯대 세트'를 가져가는 건 어떨까. 화롯대는 모닥불을 피울 때 바닥에 까는 장비다. 대형마트 등에서 1만원어치 정도 땔감을 사가면 즐거운 '캠프파이어'를 즐길 수 있다. 언제든 바깥으로 나가 식사를 하거나 앉아서 경치를 즐기고 싶다면 접이식 테이블과 의자 등을 챙겨 가는 게 좋다. 야영을 원한다면 텐트도 필수다. 캠핑카에서는 전기용품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배터리 방전에 대비해 차량용 점프케이블을 하나쯤 챙겨가는 게 좋다. 건전지로 작동하는 랜턴도 비상시에 유용하다. 깃대를 세운 후 천을 드리워 그늘을 만들어 주는 장비를 '타프(Tarp)'라고 하는데, 이게 있으면 캠핑 공간을 더욱 아늑하게 꾸릴 수 있다.

준비 완료! 어디로 갈까?

캠핑카와 준비물을 갖췄다면 다음은 목적지를 정할 차례. 국내 오토캠핑장 수는 140여곳에 달한다. 오토캠핑 사이트인 '오토캠핑(www.autocamping.co.kr)' 등에 따르면 캠핑장 이용료는 1박에 최저 3000원에서 최대 3만원 사이다. 캠핑카를 100%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기나 수도시설이 잘 갖춰진 곳을 골라야 한다. 네이버 카페 '초보캠핑(cafe.naver.com/campingfirst)' 등 커뮤니티에서 캠핑 후기를 꼼꼼히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전라북도 서남부 서해안의 변산반도 주변에는 600동 규모의 야영장이 자리 잡고 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드라이브를 즐기다 30번 국도로 빠져나와 3시간 정도를 달리면 도착할 수 있다. 고사포해수욕장 오토캠핑장은 생긴 지 얼마 안 돼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자연경관이 상대적으로 잘 보존돼 있다는 평이다. 인근 채석강이나 매달 4일과 9일 열리는 부안 5일장도 볼거리다. 문의·예약은 010-675-8044.

울창한 숲 속에 파묻히고 싶다면 자연휴양림으로 찾아가면 된다. 경북 상주 성주봉 자연휴양림은 80여동 규모의 야영장을 갖췄다.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도, 그늘 아래서 산림욕을 즐길 수도 있다. 차로 5분 거리에에는 천하 몽돌해수욕장이 있다. 취사장과 샤워장, 탈의실도 구비돼 있다. 문의는 (054) 541-6512.

경기도 가평 설악면의 청평캠프장에서는 수상스키나 웨이크보드 등 레저를 즐길 수 있다. 캠프장 조성 단계에서 캠핑족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 편의시설을 잘 갖췄다는 평이다. 화장실이나 샤워장에서 온수를 쓸 수 있으며,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배전반도 넉넉하다. 다만 수용 규모가 30여동에 불과해 예약은 필수다. 010-3210-4765.

'여름엔 꼭 바다를 가야 한다'면 강원도 동해의 망상 오토캠핑리조트가 제격이다. 망상 해수욕장에서 약 1㎞ 떨어진 해안가에 있으며, 리조트 전용 해변이 있어 여유로운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클럽하우스·카페테리아 등 위락시설부터 편의점, 어린이 놀이터와 컨벤션센터까지 있다. 시설은 최고 수준이지만, 규모가 10개동에 불과해 성수기·비수기 할 것 없이 매년 예약 전쟁이 치열하다. (033)534-3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