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에서 성인의 피부세포로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잇따라 성공했다. 과학계에서는 이번 연구로 배아를 파괴하거나 복제를 하지 않고도 환자에게 면역거부반응 없는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를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흥분하고 있다.

미 위스콘신대 제임스 톰슨(Thomson) 교수와 준잉 유(Yu) 박사 연구팀은 성인의 피부세포에 4가지 유전자를 삽입해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상태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정식출판에 앞서 ‘사이언스(Science)’지 인터넷판에 먼저 공개됐다.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Shinya) 교수팀 역시 ‘셀(Cell)’지 인터넷판 20일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마찬가지로 세포 분화에 관여하는 4가지 유전자를 사람 피부세포에 주입해 배아줄기세포 상태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배아줄기세포는 인체를 구성하는 220가지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만능 원시세포다. 과학자들은 배아줄기세포를 환자에 주입해 손상된 세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배아줄기세포를 얻으려면 하나의 생명체로 자라날 수 있는 배아를 파괴해야 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또 세포 복제를 통해 배아줄기세포를 얻는 방법은 면역거부반응을 없애는 장점이 있지만 복제 과정에서 수많은 난자를 소모하고 자칫 인간복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논란이 그치질 않았다.

반면 두 연구팀은 다 자란 세포의 생체시계를 거꾸로 되돌려 배아줄기세포로 만든 셈이어서 배아나 난자 없이도 복제 배아줄기세포처럼 면역거부반응을 피할 수 있다. 즉 환자가 자신의 세포를 배아줄기세포로 만들어 손상된 조직에 주입하면 되는 것이다.

위스콘신대 생명윤리학자인 카로(Charo) 교수는 20일 “이번 연구는 배아파괴를 반대하는 보수파나 난자를 얻기 위해 여성이 겪는 고통을 들어 배아복제를 반대하는 여성운동 진영의 비판을 모두 종식시킬 획기적인 성과”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