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아시아에서 발생한 지진해일의 위력을 한눈에 보여준 사진이 있었다. 미국의 디지털글로브사의 '퀵버드(QuickBird)위성'이 해안마을의 지진해일 참사를 찍은 사진이 바로 그것이었다. 지상의 60㎝ 물체를 한 점으로 인식하는 이 위성은 지진해일이 휩쓸고 간 해변 마을을 자동차 한 대 모습까지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올해 말이면 우리나라도 이에 근접하는 수준의 위성사진을 독자적으로 찍을 수 있게 된다. 오는 11월 '아리랑 2호' 위성에 해상도 1m급 위성카메라가 탑재돼 우주로 발사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미국·러시아·프랑스·일본·이스라엘에 이어 우리 땅을 '우리 눈'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우주산업 관련 시장 대부분 차지하는 위성

전 세계 우주산업 관련 시장규모는 2001년 현재 1500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그중 1125억달러가 민간부문으로 방송통신, 지리관측시스템(GPS) 등 위성관련 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아리랑위성은 '다목적 실용위성'이라고도 불린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본격적인 위성시장을 노리고 개발된 것이다.

아리랑 2호의 위성카메라는 지상 685㎞ 상공에서 자동차 한 대까지 식별해낼 수 있는 정밀도를 갖추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주진 다목적위성사업단장은 6일 "이 위성이 운영되면 국내 지도제작, 국토·도시계획, 재해·재난예방, 지리정보시스템(GIS) 활용기술이 한단계 발전할 것"이라며 "아리랑 2호 개발 전 우리의 위성개발 기술자급도는 65%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설계 80%, 제작 70%, 조립 및 시험 90%의 국산화 능력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항공우주연구원은 이를 발판으로 올해부터 해상도 70㎝급의 위성카메라를 장착한 아리랑 3호 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다.

◆쓰레기통에서 시작한 위성개발

우리나라 최초의 위성은 지난 1992년 8월 11일 발사된 '우리별 1호'다. 영국 서리대와 공동 개발하는 과정에서 한국 연구자들은 영국 연구자들이 자리를 비웠을 때 쓰레기통까지 뒤져가며 기술을 습득했다고 한다. 그 결과 이듬해 발사된 우리별 2호는 국산부품을 대거 사용하면서 순수 국내 기술진의 힘으로 제작됐다.

이주진 박사는 "진정한 의미에서 국산 위성은 '우리별 3호'(1999년 발사)와 '과학기술위성 1호'(2003년)"라고 말했다. 설계에서부터 제작·시험·운영에 이르는 전 과정을 우리 기술진이 독자적으로 수행했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 국적의 위성은 우리별 1~3호, 상용 방송통신위성인 무궁화위성 1~3호, 아리랑1호(1999), 과학기술위성(2003) 등 모두 8대가 운영되고 있다.

◆국내 최초 정지궤도 위성 COMS

위성은 크게 저궤도 위성과 정지궤도 위성으로 나뉜다. 저궤도 위성은 지구 상공 3만6000㎞에 떠있는 정지궤도위성보다 훨씬 낮은 400~2000㎞ 상공에서 지구를 돌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이름이 붙어 있다. 우리별, 과학기술위성, 아리랑위성 등이 여기에 속한다.

반면 무궁화위성과 같은 통신위성은 24시간 내내 특정 지역에 통신서비스를 해야 하므로 항상 같은 곳에 떠 있어야 한다. 이런 위성이 바로 정지궤도위성이다. 지구와 같은 속도로 돌기 때문에 지구에서 보면 우주공간의 한 지점에 고정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08년 발사예정인 ‘통신해양기상위성(COMS) 1호’는 국내에서 제작되는 최초의 정지궤도위성이다. 항공우주연구원 최성봉 통신해양기상위성사업단장은 “COMS 1호는 대기, 해수면의 온도 및 수증기량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다”며 “정지궤도위성에 해수 온도변화를 감시하는 전용센서를 탑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COMS 1호가 수집한 기상관측자료는 일본·중국·동남아 지역에 제공돼 지진해일 등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를 막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주로 향한 우리의 위성

대부분의 위성들은 지구를 바라보면서 기상을 관측하고 통신서비스를 하며 위성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우리 위성 가운데 눈을 우주로 향한 위성도 있다. 2003년 발사된 과학기술위성은 원자외선분광기로 우주를 관측하고 있다. 과학기술위성 1호는 발사 1년여 만에 우리은하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하늘의 관측을 완료했다. 과학기술위성 2호는 2007년 외나로도 우주센터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위성발사체인 ‘KSLV-1’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땅과 바다, 하늘을 이어 우주공간에도 우리가 만든 ‘눈’들이 반짝이게 될 날이 머지않은 것이다.

[▶ [우리도 우주로 간다] ① 외나로도 우주센터]

[▶ [우리도 우주로 간다] ② 우리 하늘 지키는 우리 위성]

[▶ [우리도 우주로 간다] ③·끝 한국 로켓이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