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속칭 '유사휘발유'로 통하는 세녹스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산업자원부는 17일 사실상 세녹스 생산중단 명령을
내렸고, 세녹스 제조사는 이에 반발, '휘발유 첨가제는 합법적'이라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도대체 세녹스가 무엇이길래 이런
소동이 벌어지고 있을까.
세녹스는 휘발유 대용품으로 휘발유 대신 자동차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세녹스는 법적으로 첨가제로 분류돼 각종 세금이 붙지 않는다.
따라서 가격이 휘발유보다 아주 싸다.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세녹스
판매 현장을 가보았다. /편집자
◆ 없어서 못 판다
16일 낮12시 대전~금산 간 국도. '1ℓ 990원'이란 광고깃발이 여러
군데 펄럭이는 '동산에너지'로 중·소형 차량들이 쉴새없이
들이닥쳤다. 겉모습은 일반주유소와 똑같지만 이곳에서는 세녹스만 판다.
비슷한 시각 대전~논산 간 국도변에 있는 세녹스 전문판매점
'연산에너지'에도 차량행렬이 이어졌다. 이곳에서 팔리는 양은 하루
1만ℓ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1000만원에 달한다.
대전에서 논산으로 가는 국도변 곳곳에서도 세녹스와 유사한 LP파워와
ING 등을 판매하는 현장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페인트통과 비슷한
용기 20여통을 길가에 쌓아놓고 깔대기를 통해 승용차에 주입하는
판매점도 있었고, 소형트럭에 첨가제를 싣고 다니면서 국도변에서
호객행위를 하기도 했다. 세녹스 전문판매점 신축공사도 한창이었다.
한 달 전부터 세녹스를 쓰고 있다는 김건하(26)씨는 "예전에
시너(가짜휘발유)를 넣고 다녔는데, 세녹스가 품질이 훨씬 좋다"고
말했다. 금산에서 대전까지 출퇴근한다는 50대의 김모씨도 "2만원어치만
넣으면 1주일 출퇴근이 가능한데 그게 어디냐"고 말했다. 고급승용차도
예외는 아니다. 전주에 사는 이운용(51)씨는 논산까지 아카디아 승용차를
갖고와 뒷 트렁크 가득 세녹스를 용기에 담아 갖고 갔다. 이씨는 "일반
휘발유는 7만원 정도 넣어야 400㎞를 주행하는데, 세녹스는 4만원이면
충분해 IMF 이전 기름값밖에 안 든다"고 말했다. 세녹스의 하루
판매량은 50만ℓ로 5억원어치. 15ℓ를 주유하는 승용차
3만3300여대분이다.
◆ 울상 짓는 정유사와 주유소들
세녹스 등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주유소업체들은 아우성을 치고 있다. SK
금산주유소 이대규 대표는 "골목마다 첨가제 판매소가 생겨나면서
휘발유 판매량이 4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세녹스 전문판매점 바로
옆에 있는 계룡주유소 이대근 사장은 "평소 같으면 가득 주유할
사람들이 옆에서 절반 넣고 와서는 나머지 절반만 주유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세녹스판매점 개업 후 수입이 3분의 2로 줄어 주유원
2명을 최근 해고했다.
작년 충청지역 휘발유 판매량이 30% 가량 줄었고, 전국적으로 140곳에
달하는 주유소가 폐업했다. 주유소협회는 정부가 세녹스를 단속하지 않을
경우, 전국 1만2000여 주유소가 일제히 휘발유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유통과정에서의 안전문제도 일어나고 있다. 최근 강원도 원주에서
LP파워를 배달하던 승합차량이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다. 석유협회측은
"골목마다 수백통씩 위험물질이 쌓여있고,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트럭으로 첨가제를 배달하는 현실을 정부당국이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유사휘발유냐, 대체에너지냐
산업자원부는 세녹스를 유사휘발유로 단정하고, 사실상 생산중단
명령까지 내렸다. 국세청도 산자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43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그러나 첨가제에 대한 법규가 애매하고, 세법상 과세 근거도
없어 세녹스 제조사와 유통업체측은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환경부가 세녹스를 첨가제로 승인하면서 40%까지 휘발유에 섞어도
무방하다고 했기 때문에 사법기관의 단속도 쉽지 않다. 환경부가 뒤늦게
첨가제 허용비율을 6월까지 1%로 낮추겠다고 하고 있으나,
프리플라이트측은 헌법소원을 통해서라도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프리플라이트측은 "환경오염도 줄이고, 환경부의 합격처리를 받은
제품에 대해 산자부가 다른 법규로 단속하려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산자부 석유사업과 염명천 과장은 "세녹스란 화학제품을 적당히 섞어
만든 유사석유제품"이라며 "다른 정유업체들도 똑같은 제품을 쉽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휘발유로 사용되는 만큼 휘발유에 붙는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든지, 아니면 생산을 중단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수(稅收) 보호차원에서라도 세녹스 등의 무분별한 판매를 막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측 입장이다. 휘발유 1ℓ당, 원가의 2배 정도가
되는 세금이 붙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세녹스 등이 1억원어치 팔릴
경우, 세수는 2억원이 덜 걷히는 셈이다.
그러나 산자부의 조치가 정유업계의 이익만 대변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주유업에 오래 종사한 한풍석씨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휘발유를 조금이라도 대체할 수 있다면 권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세녹스 소비층이 두꺼워진 만큼 공청회 등을 거쳐
합리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녹색소비자연대도 성명을
통해 "대기오염을 줄이고, 연비향상에 도움이 된다면 정부가 무조건
막는 것보다는 객관적인 검증을 통해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유업체 관계자들은 "세금만 내지 않으면 휘발유도 세녹스보다
훨씬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연료안보'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들여 시설투자를 했고, 한해 17조원이나 되는 세금을 내고
있는 정유업계로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논쟁 속에 세녹스 판매회사인 지오 에너지측은 12일 석탄추출
에너지 '솔렉스' 시판발표회를 가졌다. 다음달 중순부터 판매예정인
솔렉스는 세녹스와는 성분이 전혀 다른 석탄액화연료로, 세녹스와 비슷한
ℓ당 1000원 안팎에 판매될 예정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석탄액화연료에
대한 인·허가 기준이나 절차·과세규정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또 한 번의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세녹스/ 환경부 승인 휘발유 첨가제…부가세만 붙어 훨씬 싸
유사휘발유의 하나인 세녹스는 환경부로부터 승인을 받은 휘발유
첨가제이다. LP파워나 ING 같은 제품도 유사휘발유 제품이다. 문제는
세녹스가 단순 첨가제가 아니라 휘발유 대용품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환경보전법상의 첨가제는 '자동차 연료에 소량을 첨가함으로써
자동차의 성능을 향상시키거나 배출물질을 저감시키는 화학물질'로
규정돼 있다. 세녹스는 알콜에 솔벤트와 톨루엔을 혼합한 제품이다.
제조업체인 지오플라이트는 유해배출가스를 30% 이상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연비가 향상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녹스를 넣은 차량이 어떤 부작용을 일으키는지 여부는 아직까지 확인된
바가 없다. 다만 정유회사들은 세녹스를 넣으면 차량 고장을 유발하고,
사고 위험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제조사측은 '소비자로부터
어떤 불만도 접수된 바 없다'고 반박한다.
세녹스의 제조원가도 확인되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휘발유보다 ℓ당
10~20원 정도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세금이 싸기 때문에 현재
ℓ당 990원에 판매되고 있다. 휘발유가 ℓ당 1300원에 팔리는 것에
비하면 아주 싼 편이다.
세녹스가 휘발유보다 싼 이유는 첨가제에 붙는 세금이
부가가치세(10%)뿐이기 때문이다. 휘발유에는 ℓ당 교통세 586원, 교육세
87.9원, 주행세 70.32원에 부가세까지 모두 860여원에 달하는 세금이
부과된다. 한마디로 세녹스는 우리나라 세금 체계의 허점을 노린 제품인
셈이다.
세녹스나 LP파워 등은 주로 카센터나 구멍가게, 문구점 등 시내 곳곳에
산재한 일반대리점에서 10ℓ나 20ℓ들이 용기에 담겨 판매된다. 세녹스의
경우, 일반 주유소처럼 주유기를 통해 판매하는 전문판매점을 20여곳
갖추고 있다.
세녹스를 제조하는 지오플라이트측은 세녹스가 환경부 승인을 받은
합법적인 제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부는 '현행법상 세녹스를
첨가비율(40% 이내)만큼 넣었을 때 배출물질단속 규정을 지키면
합격승인을 내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산업자원부는 세녹스를
유사휘발유로 간주, 작년 7월 석유사업법 위반 혐의로 제조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尹楨淏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