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 돛을 단 풍력 추진 화물선 카노페. 비행기 날개가 양력을 얻는 방식을 모방해 바람으로 추진력을 얻는다./ESA

지난 2월 12일, 남미 대륙 북단에 있는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유럽우주기구(ESA)의 아리안 6호가 발사돼 아마존 레오(Amazon Leo)의 인터넷 통신 위성 32기를 궤도에 올렸다.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우주발사체를 유럽 본토에서 남미까지 옮긴 것은 우주시대에 걸맞지 않는 돛단배였다. 바로 풍력 화물선 카노페(Canopée)였다.

풍력으로 움직이는 화물선이 화석 연료에 의존하던 해운업계를 구할 대안으로 떠올랐다. 해운업계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이란 전쟁 여파로 해상 연료 수송로까지 막히는 위기에 처했다. 바람이 해운업계을 구할 대안의 에너지로 떠올랐다. 풍력을 십분 활용하면 해운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월 12일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유럽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아리안 6호. 아마존의 인터넷 통신 위성 32기를 지구 저궤도에 올렸다.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우주발사체를 유럽 본토에서 남미까지 옮긴 것은 풍력 추진 화물선 카노페였다./ESA

◇최적의 바람길 찾아 연료 75% 감소

독일 항공우주센터(DLR) 산하 해양기술 및 추진 시스템 연구소는 이달 초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 지구과학회에서 풍력 보조 추진 시스템이 해운 부문의 탈탄소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화물선이 첨단 항해 장비를 장착하고 바람이 유리한 항로를 더 많이 활용한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독일 연구진은 화물선의 항로와 속도를 조정해 풍력 추진 효과를 극대화하면서도 항해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시간 제약이 없다면 바람이 부는 곳을 찾아다녀 항해를 완전히 풍력만으로 수행할 수 있지만, 이는 현실적이지 않다. 화물은 정해진 시간에 수송해야 하며, 배송 횟수가 줄어들면 선주들의 수입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지난 1년 동안 대서양의 기상 데이터를 확보하고, 컴퓨터 모델을 활용해 이 기상 조건에 기반한 최적의 풍력 추진 화물선 항로와 속도를 도출했다.그 결과 최적의 경로를 택한 풍력 추진 화물선의 에너지 소비량은 직행 경로를 택한 선박보다 평균 75% 낮게 나왔다. 일부 저속 대서양 횡단 항로의 경우 최대 100%까지 절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연구진은 풍력 추진 화물선이 친환경 연료인 수소도 생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핵심 아이디어는 바람이 강할 때 선체 하부의 발전용 터빈을 돌려 배를 움직이고 남는 에너지를 수소 생산에 활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산된 수소는 바람이 약할 때 엔진 연료로 사용될 수 있다.

해운업계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3년 7월 열린 해양환경보호위원회에서 해운업계의 탄소중립 목표 시점을 2050년으로 잠정 합의했다. 2030년까지는 2008년 대비 20~30% 감축을 목표로 세웠다. 풍력 화물선은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에어버스는 선박 풍력추진 보조장치(로터세일)가 달린 3척의 선박을 만들고 있다. 6개의 로터세일이 달린 이 선박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5~25%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에어버스

◇비행기 날개 모방한 로켓 화물선

풍력 추진 화물선의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가 바로 카노페이다. 2019년에 건조가 시작돼 2022년에 진수됐다. 유럽우주국이 우주 발사체 수송에 화물선을 쓰는 것은 아리안 6호의 구성 요소가 유럽 각국에서 제작되기 때문이다. 고체 연료를 쓰는 보조 로켓은 프랑스, 상단 로켓은 독일, 위성 보호 덮개인 페어링은 네덜란드가 만드는 식이다. 게다가 발사장도 유럽 본토가 아닌 남미에 있다.

카노페는 여러 나라를 들러 구성 요소를 싣고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의 유럽 우주 발사장으로 향한다. 각국을 들러 항해하다 보면 그만큼 탄소 배출량도 늘어난다. 풍력 화물선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카노페는 10일간 7000㎞를 항해하면서 풍력 덕분에 전보다 연료 소비를 30% 줄였다. 유럽의 항공 기업인 에어버스가 풍력 추진 화물선을 발주한 것도 같은 이유다. 미국의 앨라배마 공장에서 A320 항공기를 조립하려면 프랑스를 비롯해 전 세계에 흩어진 부품 공장에서 만든 부품을 배로 실어 옮겨야 한다.

우주시대의 돛단배는 과거와 다른 기술을 쓴다.15~17세기 대항해 시대에 대양을 누볐던 범선들은 넓은 돛을 펼쳐 바람이 미는 힘으로 이동했다. 항력(抗力)을 이용한 것이다. 반면 카노페는 배이지만 비행기가 하늘로 떠오르는 원리인 양력(揚力)을 이용한다. 높이 37m인 카노페 돛들이 비행기 날개를 수직으로 세운 것과 같기 때문이다.

돛의 단면은 비행기 날개처럼 한쪽이 볼록해 그쪽으로 공기가 더 빨리 흐른다. 그 결과 볼록한 쪽의 압력이 감소해 위로 떠오르는 힘인 양력이 생긴다. 돛이 수직으로 서 있기 때문에 이 힘이 배를 앞으로 전진시키는 추진력이 된다.

카노페가 지난해 말 수송한 아리안 6호는 가장 강력한 버전이었다. 이전 5회 비행에선 보조 로켓 2개를 달았지만 지난 2월 발사에는 처음으로 보조 로켓 4개를 달았다. 덕분에 탑재체 무게가 이전보다 2배나 늘었다. 보조 로켓 2개를 단 아리안 6호는 10.3t 화물을 실을 수 있지만 4개를 달면 21.6t까지 가능하다.

참고 자료

EGU26(2026), https://doi.org/10.5194/egusphere-egu26-19969

Arianespace(2025), https://www.arianespace.com/news/canopee-sets-sail-for-ariane-6-flight-va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