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 돛을 단 풍력 추진 화물선 카노페. 비행기 날개가 양력을 얻는 방식을 모방해 바람으로 추진력을 얻는다./아리안그룹

지난달 30일 새벽, 남미 대륙 북단에 있는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유럽우주국(ESA)의 아리안 6호가 발사돼 아마존 레오(Amazon Leo)의 인터넷 통신 위성 32기를 궤도에 올렸다.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우주발사체를 유럽 본토에서 남미까지 옮긴 것은 우주시대에 걸맞지 않는 돛단배였다. 바로 풍력 화물선 카노페(Canopée)였다.

풍력으로 움직이는 화물선이 화석 연료에 의존하던 해운업계를 구할 대안으로 떠올랐다. 해운업계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이란 전쟁 여파로 해상 연료 수송로까지 막히는 위기에 처했다. 과학자들은 풍력을 십분 활용하면 해운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고 본다.

2026년 4월 30일 오전 5시 57분(현지 시각)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유럽 우주기지에서 아리안 6호가 발사돼 아마존의 인터넷 통신 위성 32기를 지구 저궤도에 올렸다.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우주발사체를 유럽 본토에서 남미까지 옮긴 것은 풍력 추진 화물선 카노페였다./ESA

◇최적의 바람길 찾아 연료 75% 감소

독일 항공우주센터(DLR) 산하 해양기술 및 추진 시스템 연구소는 이달 초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 지구과학회에서 풍력 보조 추진 시스템이 해운 부문의 탈탄소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화물선이 첨단 항해 장비를 장착하고 바람이 유리한 항로를 더 많이 활용한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독일 연구진은 화물선의 항로와 속도를 조정해 풍력 추진 효과를 극대화하면서도 항해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시간 제약이 없다면 바람이 부는 곳을 찾아다녀 항해를 완전히 풍력만으로 수행할 수 있지만, 이는 현실적이지 않다. 화물은 정해진 시간에 수송해야 하며, 배송 횟수가 줄어들면 선주들의 수입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지난 1년 동안 대서양의 기상 데이터를 확보하고, 컴퓨터 모델을 활용해 이 기상 조건에 기반한 최적의 풍력 추진 화물선 항로와 속도를 도출했다.그 결과 최적의 경로를 택한 풍력 추진 화물선의 에너지 소비량은 직행 경로를 택한 선박보다 평균 75% 낮게 나왔다. 일부 저속 대서양 횡단 항로의 경우 최대 100%까지 절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연구진은 풍력 추진 화물선이 친환경 연료인 수소도 생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바람이 강할 때는 남는 풍력 에너지로 발전용 터빈을 돌려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산된 수소는 바람이 약할 때 엔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우주발사체 아리안 6호는 구성 요소가 유럽 각국에서 제작된다. 아리안스페이스의 풍력 추진 화물선 카노페는 각국을 들러 발사체 구성 요소를 싣고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에 있는 우주기지로 수송한다./아리안스페이스

◇유럽 각국서 로켓 적재, 남미까지 수송

해운업계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3년 7월 열린 해양환경보호위원회에서 해운업계의 탄소중립 목표 시점을 2050년으로 잠정 합의했다. 2030년까지는 2008년 대비 20~30% 감축을 목표로 세웠다. 풍력 화물선은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풍력 추진 화물선의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가 바로 카노페이다. 프랑스의 항공우주 기업인 아리안그룹이 2022년에 진수했다. 아리안그룹이 풍력 추진 화물선을 쓰는 것은 아리안 6호의 구성 요소가 유럽 각국에서 제작되기 때문이다. 고체 연료를 쓰는 보조 로켓은 프랑스, 상단 로켓은 독일, 위성 보호 덮개인 페어링은 네덜란드가 만드는 식이다. 게다가 발사장도 유럽 본토가 아닌 남미에 있다.

카노페는 여러 나라를 들러 구성 요소를 싣고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의 유럽 우주 발사장으로 향한다. 각국을 들러 항해하다 보면 그만큼 탄소 배출량도 늘어난다. 풍력 화물선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카노페는 10여 일간 7000㎞를 항해하면서 풍력을 이용한 덕분에 전보다 연료 소비를 30% 줄였다.

참고로 카노페가 수송한 아리안 6호는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우주발사체이다. 앞서 5회 비행에선 보조 로켓 2개를 달았지만 지난 2월 12일 발사에서 처음으로 보조 로켓 4개를 달았다. 이때 아마존 레오의 인터넷 통신 위성 32기를 처음 궤도에 올렸다. 추진력이 강력해진 덕분에 탑재체 무게가 이전보다 2배나 늘었다. 보조 로켓 2개를 단 아리안 6호는 10.3t 화물을 실을 수 있지만 4개를 달면 21.6t까지 가능하다. 지난달 발사한 아리안 6호도 마찬가지였다.

유럽의 항공 기업인 에어버스가 풍력 추진 화물선을 발주한 것도 유럽우주국과 같은 이유다. 미국의 앨라배마 공장에서 A320 항공기를 조립하려면 프랑스를 비롯해 전 세계에 흩어진 부품 공장에서 만든 부품을 배로 실어 옮겨야 한다. 에어버스는 2023년 프랑스 선박업체인 루이 드레퓌스(Louis Dreyfus Armateurs)에 풍력 추진 보조장치가 달린 화물선 3척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에어버스는 로터 세일이 달린 풍력 추진 화물선을 발주했다. 로터 세일 6개가 달린 이 선박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5~25%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에어버스

◇비행기 날개 vs 야구공 변화구 원리

화물선이 풍력을 이용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카노페는 윙 세일(wing sail) 방식을 쓴다. 높이 37m인 카노페 돛들이 비행기 날개를 수직으로 세운 것과 같기 때문이다. 비행기 날개의 단면을 보면 위가 볼록하고 아래는 평평하다. 볼록한 쪽을 지나는 공기는 경로가 길어져 속도가 빨라진다. 그 결과 볼록한 쪽의 압력이 감소해 위로 떠오르는 힘인 양력(揚力)이 생긴다. 이 힘이 배를 앞으로 전진시키는 추진력이 된다.

범선이나 요트는 순풍 조건에서는 바람이 뒤에서 돛을 미는 힘을 이용하지만, 앞에서 바람이 부는 역풍에서도 항해할 수 있다. 돛을 비행기 날개처럼 세워 양력을 발생시키면서 지그재그로 방향을 틀어 앞으로 전진한다. 카노페도 요트처럼 돛을 움직여 바람을 이용한다. 컴퓨터가 바람을 맞이하는 각도를 계산해 돛을 회전시킨다. 앞날개와 뒷날개가 꺾이는 2단 구조로 돼 있어, 바람의 방향에 맞춰 돛의 곡률을 조절하며 효율을 극대화한다.

에어버스가 항공기 수송용으로 도입한 풍력 화물선은 로터 세일(rotor sail)이라는 다른 원리로 작동한다. 이름처럼 전기 모터의 힘으로 원통형 돛을 회전시키는 방식이다. 회전 방향과 바람 방향이 일치하는 쪽은 공기 흐름이 빨라져 기압이 낮아지고, 반대쪽은 기압이 높아진다. 이 기압 차이로 인해 배가 앞으로 밀려 나가는 추진력이 생긴다.

로터 세일의 원리는 '마그누스 효과(Magnus Effect)'라고 한다. 야구에서 투수가 던진 공이 회전하며 휘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카노페의 윙 세일처럼 바람의 각도를 맞추기 위해 돛 전체를 회전시킬 필요가 없고, 바람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원통의 회전 속도와 방향만 조절하면 된다. 로터 세일은 핀란드의 노르스파워라는 회사가 만든다. 이 회사는 지난달 로터 세일에 대한 인증 절차를 마쳤다.

바람을 연으로 붙잡으려는 시도도 있었다. 독일의 스카이세일은 2008년부터 대형 화물선에 연을 달아 바람의 힘을 추진력으로 이용하는 선박을 개발했다. 2011년에는 세계적인 곡물업체인 카길과 2만5000~3만t급 곡물 운반선에 넓이 320㎡의 대형 연을 달려고 개발 협약을 맺었지만 2015년 기술적 문제로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카길은 나중에 영국의 바 테크놀러지가 개발한 풍력 화물선을 도입했다. 이 화물선은 카노페처럼 돛에서 발생하는 양력을 추진력으로 이용한다.

독일 스카이세일은 화물선에 연을 달아 풍력을 에너지로 바꾸려 했지만 2015년 기술적 문제로 프로젝트를 중단했다./스카이세일 그룹

참고 자료

EGU26(2026), https://doi.org/10.5194/egusphere-egu26-19969

Arianespace(2025), https://www.arianespace.com/news/canopee-sets-sail-for-ariane-6-flight-va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