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탁구 로봇인 에이스가 지난해 12월 카와마타 야마토에게 샷을 하는 장면./소니 AI

인공지능(AI)이 지적 게임인 바둑에서 세계 최정상 선수를 넘어선 지 10년이 지나 이제 몸을 쓰는 스포츠에서도 엘리트 선수를 격파했다. AI로 구동되는 로봇이 공식 규칙대로 진행된 경기에서 탁구 선수들을 잇따라 격파한 것이다. 이전에도 탁구 로봇이 나왔지만, 엘리트 선수를 이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스위스 취리히의 소니 AI는 "자율 AI 로봇인 에이스(Ace)가 일본 프로 탁구 리그 규정 아래 엘리트 탁구 선수 5명과 대결해 3번을 이겼다"고 23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표지 논문으로 발표했다. 에이스가 대결한 선수들은 프로는 아니지만 모두 최소 10년 이상 경력을 가졌으며, 주당 20시간씩 훈련해 온 선수들이었다.

논문에 따르면 에이스는 프로 선수 2명과의 대결에서는 모두 졌다. 한 세트를 따내는 성과만 거뒀다. 하지만 소니 AI는 네이처에 논문을 제출한 뒤 에이스의 능력을 더 향상시켜 프로 선수들도 격파했다고 밝혔다. 현재 에이스는 10년 전 알파고의 위치에 올랐다는 말이다.

엘리트 선수들을 잇따라 이긴 소니 AI의 탁구 로봇./소니 AI

◇카메라와 센서로 탁구공 감지

에이스는 8개 관절을 갖춘 로봇 팔이다. 자동차를 조립하는 산업용 로봇 팔처럼 생겼다. 로봇은 탁구 경기장을 둘러싼 카메라와 가속도, 시각 센서 네트워크의 도움을 받아 탁구공의 위치를 3D(입체)로 파악하고 가속도와 회전을 감지한다.

소니 AI는 에이스가 자율 로봇 공학 분야에서 세 가지 주요 발전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우선 '사건 기반 센서'를 사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로봇이 카메라가 포착한 이미지 중 특정 영역, 즉 탁구공의 궤적을 추적하는 데 중요한 움직임이나 밝기의 변화를 나타내는 부분에 집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는 로봇의 탁구 기술이 바둑 AI 알파고를 개발할 때 사용한 '강화 학습'으로 구축됐다는 점이다. 에이스 개발을 이끈 스위스 취리히 소니 AI의 피터 뒤르(Peter Dürr) 박사는 "AI는 탁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우기보다 시뮬레이션(모의 실험) 게임 경험을 통해 학습한다"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강아지에게 특정 행동을 계속 설명하기보다 그 행동을 했을 때 칭찬이나 먹이 같은 보상을 주는 것과 같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에이스가 인간 수준의 민첩성으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고속 로봇 하드웨어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뒤르 박사는 운동선수가 반응하는 데 약 0.23초가 걸리지만 에이스의 반응 지연 시간은 0.020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에이스와 경기한 선수들은 서브 동작을 숨기려 했지만 에이스가 회전을 바로 감지해 대응하는 데 놀랐다고 했다. 특히 에이스는 네트에 맞고 튕겨 나온 공도 받아냈다. 개발자들조차 예상치 못한 기술이었다. 뒤르 박사는 AI에서 저절로 나온 능력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AI가 인간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출전했던 일본 탁구 선수 나카무라 킨지로는 이번 논문에 "에이스가 한 특정 샷은 그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그것이 가능했다는 것은 인간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AI 탁구 로봇 에이스가 2025년 4월 경기 중 인간 상대인 안도 미나미에게 샷을 되돌려 치고 있다./소니 AI

◇게임 넘어 육체 스포츠도 인간 능가

에이스의 성공은 AI가 지적 게임을 넘어 육체 스포츠 분야에서도 인간을 넘을 수 있는 순간이 다가왔음을 보여준다. 앞서 1997년 IBM의 AI 수퍼컴퓨터인 딥 블루가 체스 게임에서 세계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를 꺾었으며,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AI 알파고는 2016년 이세돌 9단과의 바둑 경기에서 4승 1패로 승리했다.

뒤르 박사는 "체스나 바둑 같은 지적 게임은 오랫동안 AI의 능력을 보여주는 시험대 역할을 했다"며 "이전 AI 이정표들은 온라인에서 이뤄졌지만, 에이스는 실제 현장의 프로 탁구 챔피언들과 맞서 선전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진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소니 AI는 지난 1년 동안 에이스의 능력을 계속 향상시켰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에이스가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프로 선수를 꺾었고, 올 3월에는 세계 탁구 랭킹 25위권인 여성 프로 선수 키하라 미유와 남성 프로 선수 류자키 토닌, 이가라시 후미야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고 밝혔다. 뒤르 박사는 "앞으로 세계 챔피언을 넘어서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에이스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형태로도 구현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니 AI의 수석 과학자인 피터 스톤(Peter Stone) 박사는 "이번 성과는 탁구를 훨씬 뛰어넘는 의미를 지닌다"며 "정밀성과 속도가 요구되는 복잡하고 급변하는 실제 환경에서 AI가 전문가 수준의 능력을 발휘하면, 이전에는 도달할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실제 응용 분야로 가는 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캄피나스 주립대 컴퓨팅 연구소의 에스터 콜롬비니(Esther Colombini) 교수도 이날 네이처에 같이 실린 논평 논문에서 "기계라면 주로 힘에 의존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에이스는 인간보다 빠른 샷이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회전과 공을 되받아치는 일관성으로 그런 성적을 거뒀다"며 "에이스는 물리적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차세대 AI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참고 자료

Nature(2026),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6-1033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