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3월 17일 우주로 발사된 뱅가드 1호 위성의 모습. 67년째 지구 궤도를 돌고 있으면서 최장수 위성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미 해군연구소(NRL)
1958년 3월 17일 우주로 발사된 뱅가드 1호 위성의 모습. 67년째 지구 궤도를 돌고 있으면서 최장수 위성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미 해군연구소(NRL)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은 구소련이 1957년 10월 4일 발사한 스푸트니크 1호다. 당시 구소련과 냉전을 벌이던 미국은 스푸트니크 1호의 성공에 큰 충격에 빠졌다. 이른바 ‘스푸트니크 쇼크’다. 미국은 우주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했고, 이듬해 1월 31일 미 육군이 익스플로러 1호 발사에 성공했다. 두 달 뒤 3월 17일에는 미 해군연구소(NRL)가 만든 뱅가드 1호가 우주로 향했다.

뱅가드 1호는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스푸트니크 1호)도 아니고 미국 최초의 인공위성(익스플로러 1호)도 아니지만, 역사에 길이 남을 타이틀을 갖고 있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위성이란 영예다. 익스플로러 1호는 1970년 대기권에 진입해 불타 사라졌지만, 뱅가드 1호는 여전히 지구 궤도를 돌고 있다. 올해 3월 지구 궤도를 돈 지 67주년을 맞았다.

미국이 최장수 위성 뱅가드 1호의 지구 귀환 작전을 검토하고 있다. 올 초 미국 항공우주학회(AIAA)에서는 뱅가드 1호 귀환 가능성을 검토하는 발표가 있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부즈앨런해밀턴 소속 연구자들은 “미 우주군(USSF)이 미 항공우주국(NASA), 미 해군연구소와 협력하거나 NASA가 뱅가드 1호 프로그램을 인계받아서 민간 기업과 함께 회수에 나서는 방안이 가능하다”며 “위성의 소유권을 가진 NRL도 이런 임무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궤도상 서비스 기술 시험할 기회

뱅가드 1호는 1965년 5월 마지막 교신을 끝으로 지구와 연락이 끊어졌다. 하지만 NRL과 NASA 등은 뱅가드 1호의 위치를 계속해서 추적하고 있다. 뱅가드 1호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근지점에서는 약 660㎞, 가장 먼 원지점에서는 약 3822㎞ 떨어진 타원 궤도로 지구를 돌고 있다.

부즈앨런해밀턴의 항공우주 연구분석가인 매트 빌레는 “태양전지 출력이 송신기 작동에 필요한 전력 이하로 떨어지면서, 뱅가드 1호는 1964년부터 침묵을 지키고 있다”며 “하지만 뱅가드 1호의 현재 위치와 궤도는 공개된 추적 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고, 고해상도 센서를 활용해 정밀한 확인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1958년 미 해군연구소 연구원들이 뱅가드 1호 위성을 로켓에 장착하고 있다./미 해군연구소
1958년 미 해군연구소 연구원들이 뱅가드 1호 위성을 로켓에 장착하고 있다./미 해군연구소

인공위성은 보통 수명이 다하면 지구 대기권에 추락해 불탄다. 지구에서 비행기가 공기의 저항을 받는 것처럼 지구 궤도의 인공위성도 공기저항이나 태양 자기파의 영향으로 원래 궤도를 조금씩 이탈하다가 추락한다.

성재동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상황인식(SSA)팀장은 “일반적으로 500㎞ 내외의 비교적 고도가 낮은 위성들은 공기저항 때문에 하루에 수십~수백m 정도 고도가 낮아진다”며 “우주에 공기는 극히 적지만 위성이 궤도운동을 하는 속도가 초속 수㎞에 달하기 때문에 500㎞ 내외에서는 주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뱅가드 1호는 그 상태까지는 가지 않았다. 대기권 추락까지 걸리는 시간은 위성의 특성이나 고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고궤도 위성의 경우에는 수백 년에서 수천 년이 걸리기도 한다. 뱅가드 1호도 특별한 외부 요인이 없다면 추락하기까지 2000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성 팀장은 “뱅가드 1호는 근지점이 650㎞, 원지점이 3800㎞나 되기 때문에 스스로 기동을 해서 궤도를 바꾸거나 근접운영으로 직접 수거하지 않는 한 영구적으로 현재 궤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뱅가드 1호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궤도상 서비스’의 기술 수준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뱅가드 1호는 지름이 15㎝에 무게가 1.46㎏에 불과할 정도로 작기 때문에 궤도에서 위성을 포획하고 제어하는 궤도상 서비스의 기술 수준을 높이는 데 더욱 제격이다.

뱅가드 1호 회수를 위해서는 위성에 근접해 위성 상태를 관찰하고 확인하는 1단계와 실제 위성을 회수하고 지구에 가져오는 2단계 작업이 모두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우주 쓰레기 제거, 궤도 내 소재 회수, 심우주 탐사를 위한 재추력 기술 등을 시험하고 실제 적용할 수도 있다.

우주항공청은 2027년 포획위성을 이용해 우리별 위성 2호를 지구로 귀환하는 작전을 세우고 있다. 그림은 포획위성이 우리별 위성 2호를 포획하는 과정을 그린 것./우주항공청

◇우리별 2호 데려올 포집위성 개발

연구자들은 뱅가드 1호를 ‘우주 시대의 타임캡슐’이라고 부른다. 단순히 역사적인 의미만 가진 것은 아니다.

뱅가드 1호는 태양전지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한 최초의 위성이다. 연구자들은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우주 공간에 있었던 뱅가드 1호를 분석하면, 우주 공간에서 태양전지나 배터리, 금속이 어떻게 변하는지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소는 우주물체 능동제어 선행기술개발을 진행 중이다. 우주 공간에서 위성에 접근해 위치를 바꾸거나 궤도를 변경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우주청은 2027년 발사 예정인 누리호 6호에 포집위성을 탑재해 우리별 위성 2호를 지구로 데려올 계획이다.

우주청 관계자는 “위성과 만나고 결합하는 랑데부·도킹, 다관절 로봇 팔 등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적용한 포집위성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차세대소형위성 3호를 포집위성 1호로 개발하고, 이후 복수의 우주 물체를 포집·제거할 수 있는 포집위성 2호와 우주시스템 유지보수 위성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