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2025.1.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기까지 20년 걸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양자컴퓨터 기업 아이온큐(IONQ)는 주가가 39% 떨어졌고, 리게티 컴퓨팅(RGTI)은 45%, D-웨이브 퀀텀(QBTS)은 36% 하락하는 등 양자컴퓨터 기업의 주가가 줄줄이 떨어졌다.

문제가 된 발언은 지난 7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IT 기술 전시회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나왔다. 황 CEO는 “매우 유용한(useful) 양자컴퓨터가 나오는 데 15년이 걸린다고 한다면 매우 이른 편에 속할 것”이라며 “30년이라고 하면 아마도 늦은 시점일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20년은 믿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계는 양자컴퓨터의 상용화를 5~10년 이내로 전망해 왔다. 황 CEO의 발언은 이런 전망보다 훨씬 보수적인 셈이다. 전 세계 투자자들이 일제히 양자컴퓨터에 대한 전망을 바꾼 이유다.

하지만 지난 9일 ‘K-퀀텀스퀘어 미팅’에서 만난 국내 양자기술 전문가들은 황 CEO의 의견에 물음표를 달았다. 황 CEO가 말한 ‘유용한 양자컴퓨터’의 기준에 대해 이견이 많았다. 한상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은 “황 CEO가 말한 유용한 양자컴퓨터가 어느 수준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만큼 의중이 모호하다”며 “그래픽처리장치(GPU)처럼 기술적으로 완벽히 성숙한 단계를 생각하고 전망을 내놓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한 책임연구원은 “황 CEO는 양자 기술 분야에서는 IBM보다는 구글과 협력 관계가 두텁다”며 “IBM은 양자 기술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구글은 다소 보수적으로 바라보는 만큼 관점의 차이가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양자 기술의 국내 최고 석학으로 꼽히는 김재완 고등과학원 교수는 “황 CEO가 만약 암호를 무력화할 정도의 양자컴퓨터를 말한 것이라면, 현재 발전 단계에서도 충분히 산업적으로 활용 가능한 기술들이 있다”며 “니스크(Noisy Intermediate-Scale Quantum·NISQ) 단계에서도 분자 구조 분석, 신약 개발 같은 활용처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니스크는 양자컴퓨터의 최대 단점으로 여겨지는 ‘양자 오류’를 보정하지 못해 기존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넘지 못한 단계를 말한다. 현재 양자컴퓨터의 기술 수준이 머무르고 있는 단계이기도 하다.

김재완 교수는 “황 CEO가 복잡한 암호를 무력화하는 양자컴퓨터가 20년 후에 상용화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라면, 이는 매우 높은 기술 수준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정연욱 성균관대 교수도 이 같은 의견에 동의했다. 정연욱 교수는 “이미 양자기술을 이끄는 미국에서는 양자컴퓨터를 응용한 산업 분야도 나오고 있다”며 “아직 초기 수준이지만, 충분히 산업적으로 의미가 있는 단계에 이르러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전문가들도 황 CEO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앨런 바라츠 디웨이브 퀀텀 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마스터카드, 일본의 NTT 도코모 같은 기업들이 이미 양자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며 “양자컴퓨터의 상용화 시점은 바로 지금”이라고 말했다.

양자 기술 산업계가 더욱 분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내 양자기술 기업인 SDT의 윤지원 대표는 “이번 사태에서 한 사람의 발언으로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는 것을 봤을 때 과연 현재 양자 산업 생태계가 제대로 된 상태는 아니라고 보인다”며 “젠슨 황의 발언 의도는 과연 양자컴퓨터 기업들이 20년 후에도 버티고 있겠느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