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금속 산화물 수소화 기술의 개요도. 금속 산화물에 수소 이온을 넣어 에너지 저장 특성을 개선할 수 있다./광주과학기술원

국내 연구진이 에너지 소재의 성능을 개선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수소 이온을 정교하게 금속 산화물에 넣어 에너지 저장 용량을 높이는 방식이다.

엄광섭 광주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경희대와 공동으로 수소 이온으로 에너지 소재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바꾸는 ‘금속 산화물 수소화’ 기술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소재의 특성은 배터리나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성능을 결정 짓는 요소다. 과학기술계는 최근 수소 이온을 활용한 소재 개발을 주목하고 있다. 금속 산화물 소재에 수소 이온을 넣는 수소화 반응은 에너지 저장 특성을 부여하거나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수소화 반응의 작동 원리가 완벽히 밝혀지지 않아 정교한 특성 부여가 어렵던 상황이다.

연구진은 금속 산화물과 산성 용액에 녹아 있는 금속 이온의 ‘표준환원전위’ 차이를 이용해 내부로 들어가는 수소의 양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방법을 찾았다. 표준환원전위는 환원 반응이 일어날 때 측정한 전위(전기적 위치 에너지) 값이다.

연구진은 금속 산화물 내부에 수소 이온이 있을 때 전기화학적 특성이 변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바탕으로 수소화-몰리브데넘 산화물을 이용한 리튬이온배터리 양극재를 개발했다. 리튬이온배터리 양극은 현재 코발트, 니켈, 철, 망간 등을 사용하고 있으나, 현재 달성할 수 있는 최대치의 에너지 저장 용량에 도달해 있다.

몰리브데넘 산화물은 에너지 저장 용량을 높일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배터리를 충·방전 속도가 느리고 결정 구조가 붕괴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상용화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연구진은 몰리브데넘에 수소 이온을 넣어 배터리 양극 소재를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소재는 충·방전을 1000번 이상 반복하더라도 결정 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됐으며, 에너지 용량은 76%으로 수명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소 이온이 몰리브데넘 산화물의 결정 구조 붕괴를 막고, 결정 구조 안에서 리튬 이온의 확산을 도와 성능이 향상된 것이다.

엄광섭 교수는 “금속 산화물 수소화 반응의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는 점에 학술적 의미가 있다”며 “수소 이온을 활용해 재료가 가진 고유한 물성을 조절하고, 향후 에너지 소재 개발에 새로운 장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달 5일 소개됐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4),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4-549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