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박정원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류재윤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김성인 화학생물공학부 연구원./서울대 공대

서울대 공과대학 연구진이 현대자동차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수소연료전지 촉매의 내구성을 신속하게 평가하고, 열화(劣化·내외부의 영향에 따라 화학적·물리적 성질이 나빠지는 현상)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서울대 공대 화학생물공학부의 박정원·류재윤 교수 연구팀은 현대자동차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수소연료전지 촉매의 내구성을 고속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전기화학적 액상 투과전자현미경(e-LCTEM)’ 기술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작년 12월 24일 국제 학술지 미국 화학회지(JACS)에 실렸다.

수소연료전지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에너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수소를 연료로 전기를 만들고, 순수한 물만 부산물로 배출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높은 에너지 밀도와 빠른 충전 속도도 수소연료전지의 강점이다.

다만 전기 생산 반응을 촉진하는 핵심 재료인 연료전지 촉매가 사용 과정에서 구조적 손상을 입거나 점차 성능이 감소하는 열화 현상을 피할 수 없다. 열화 현상은 수소연료전지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다. 수소연료전지를 안정적으로 구동하려면 열화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하지만, 수소연료전지가 구동되며 전기가 흐르는 액체 전해질 환경에서 수㎚(나노미터, 10억분의 1m) 크기 촉매의 구조적 변화를 직접 관찰하는 작업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다.

이번에 서울대 공대와 현대차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전자현미경 기술은 수소연료전지 차량의 내구성 평가를 몇 시간이면 끝낼 수 있다. 지금까지는 내구성 평가를 위해서는 수만㎞의 주행을 거쳐야만 했다. 평가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내구성 검증을 더욱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수소연료전지의 대표적 촉매인 ‘백금 나노입자 탄소 담지체 하이브리드 촉매(Pt/C)’를 통해 새 기술을 검증했다. 연구팀은 전지가 구동되며 전기가 흐르는 환경에서 백금-탄소 촉매가 겪는 열화 과정을 시간에 따라 해상도로 추적 관찰했다. 기존 방식은 연료전지 구동 전후를 비교하는 단편적인 방법을 썼다면, 연구팀은 실시간으로 구조 변화를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백금 나노입자의 용해와 탄소 담지체 부식이 모두 유도되는 전압 환경에서, 크기가 작은 백금 나노입자들은 높은 이동성을 보였다. 주변 입자들과 뭉쳐지거나 담지체에서 이탈하는 반면, 크기가 큰 입자들은 낮은 이동성을 나타내며 높은 구조 안정성을 보인다는 점이 확인됐다. 촉매 입자의 크기가 열화 과정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낸 것이다.

박정원 교수는 “해당 연구는 수소연료전지 촉매의 내구성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함과 동시에, 촉매 성능 저하의 근본 원인을 새롭게 조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 류재윤 교수도 “촉매의 열화 원인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 개선 방향을 제시한 이번 연구를 계기로 향후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고성능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이 개발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JACS(2024), DOI : https://doi.org/10.1021/jacs.4c08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