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전자제품 폐기물에서 고가의 귀금속인 금을 고효율로 흡착하고 회수할 방법이 나왔다. 알리레자 아바스푸라드(Alireza Abbaspourrad) 미국 코넬대 교수가 독성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도 전자 폐기물에 포함된 금을 99.9% 이상 효율로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도시 광산’이라고 불리는 귀금속 추출 산업은 많은 부가가치를 낼 수 있다고 주목받고 있다. 다만 금속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독성 물질을 사용해야 하고,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국제비영리단체 전자전기폐기물(WEEE)포럼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에서 버려진 전자 폐기물은 6200만t에 달한다. 전자 폐기물의 양은 2030년이면 8200만t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이 중 재활용되는 비율은 20%에 불과하다. 버려진 전자 폐기물 대부분은 소각하거나 땅속에 매립해 처리한다. 이 과정에서 전자제품 속에 들어 있는 납, 수은, 카드뮴 같은 중금속이 누출되고 환경 오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연구진은 전자 폐기물에서 고효율로 금을 흡착하는 물질을 새롭게 개발했다. 연구진이 만든 물질은 황(S) 원자를 다량으로 포함한 ‘테트라티아풀발렌(TTF)’을 이용한 공유결합 유기 골격체(COF)인 TTF-COF다. COF는 표면에 미세한 구멍이 많은 다공성 구조를 갖고 있으며 안정성이 우수한 공유 결합으로 이뤄져 있으며 독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TTF-COF는 금 이온과는 강하게 결합하면서도 다른 금속과는 거의 결합하지 않아 고효율로 금을 포집할 수 있다.
연구진은 폐기된 컴퓨터용 중앙처리장치(CPU)를 이용해 TTF-COF의 금 회수율을 확인했다. CPU는 분해한 후 표면의 금속 박막을 긁어내 특수 용액에 녹였다. 이후 TTF-COF를 금속 용액에 넣은 후 1시간 동안 반응시킨 뒤 건져냈다.
회수된 금 농도는 TTF-COF를 넣기 전과 후의 용액 속의 금 농도를 비교해 계산했다. 그 결과, 용액에 L당 251.03㎎ 녹아있던 금은 TTF-COF를 넣은 후 99.9%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 폐기물에 있던 금 대부분을 흡착해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다. 반면 구리와 니켈은 각각 5.5%, 2.1% 줄어들며 다른 금속은 거의 섞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TTF-COF에 흡착된 금을 98% 이상의 효율로 회수하는 데도 성공했다. 16번 반복 사용하더라도 흡착 효율은 88% 이상을 유지해 경제성도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전에는 전자 폐기물에서 금을 회수하기 위해 독성 화학 물질을 사용해야 했다”며 “이번에 개발한 방식은 흡착제를 이용해 유해 물질 없이도 고효율로 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최근 전자 폐기물을 새로운 산업 영역인 ‘도심 광산’으로 개척하고 있다. 광산에서 금광석을 캐듯 버려진 전자제품 속에서 귀금속을 뽑아내겠다는 것이다. 가령 휴대폰 100만대에는 금 24㎏, 구리 1만6000㎏, 은 350㎏, 팔라듐 14㎏ 등 고가의 금속이 대량으로 들어 있다. 매년 버려지는 전자 폐기물 속 귀금속의 가치를 모두 더하면 약 570억달러(약 8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도심 광산 산업이 활성화되려면 경제적이고 고효율로 전자 폐기물에서 귀금속을 분리하는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연구진은 전자 폐기물에서 회수한 금을 활용해 산업용 촉매도 개발했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CO₂)가 금과 결합한 COF와 강하게 결합하는 특징을 활용했다. TTF-COF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섭씨 50도에서 반응시키면 프로피올산(propiolic acid)을 만든다. 프로피올산은 강철의 부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 철강산업에서 쓰이고 있다.
아바스푸라드 교수는 “전자 폐기물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은이나 백금을 사용해야 하는 고가의 이산화탄소 변환 촉매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귀금속을 얻기 위한 채광을 대체해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달 30일 소개됐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4),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4-5515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