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7일 우주항공청이 문을 열며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인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를 맞이했다. 우주항공청은 국내 우주항공 산업 육성과 관련 정책을 맡으려 출범한 조직이다. 정부의 구상은 국내 우주기업을 육성해 우주항공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올해 한국의 뉴스페이스 시대 진입을 시작했다면 내년은 본격적으로 민간 기업의 활약이 시작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간 기업이 한국을 대표하는 우주발사체인 누리호를 이전받아 첫 발사를 시작하며, 발사체 스타트업들도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기업 주도 우주발사체 3개 우주로
한국형발사체인 누리호가 내년 하반기 4차 발사에 나선다. 누리호는 지난해 3차 발사 이후 올해 별다른 발사가 없었다. 1년여 공백을 깨고 다시 한번 국내 기술로 만든 발사체가 우주로 출발한다. 누리호 4차 발사는 앞선 발사와 달리 민간 기업이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점이 다르다.
국내 대표적인 우주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체계종합기업으로서 누리호 개발을 주도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발사를 공동 주관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3차 발사에서 다음 발사에 참여하기 위해 발사 준비와 운용을 참관했다. 한국은 누리호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뉴스페이스 시대를 열 것으로 보인다.
소형 발사체를 개발 중인 이노스페이스(462350)와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도 내년 각각 상업 발사와 시험 발사에 나선다. 이노스페이스는 첫 상업 발사를 내년 3월에서 7월로 연기했다. 부품 확보와 신규 시험장 구축이 늦어지면서 발사 일정이 연기됐다. 발사는 지난해 시험 발사에 성공한 브라질 바라냥주에 있는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이뤄진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도 당초 올해 시험 발사를 계획했으나, 기상 악화와 부품 결함 등으로 수차례 연기했다. 지난 11월에는 해상 발사장으로 사용하는 바지선이 파도에 휩쓸리는 악재가 발생했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내년 1분기 중 시험발사에 다시 도전한다.
우주로 나가는 韓美 공동 개발 결과도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내년 2월 말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SPHEREx)를 발사한다. 스피어엑스는 전(全) 우주를 관측하는 적외선 망원경이다. 스피어엑스가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우주가 팽창하는 이유와 은하의 기원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국천문연구원은 해외 연구진으로는 유일하게 스피어엑스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천문연은 우주 공간에서 스피어엑스 망원경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극저온 성능시험 장비’를 개발했다. 스피어엑스의 관측 정보도 미국 연구진과 함께 분석한다.
◇우주판 공중급유 ‘추진제 전송’ 실증
해외에서도 굵직한 우주 이벤트가 대기 중이다. 미국의 우주기업인 스페이스X는 내년 초 우주판 공중급유 기술인 ‘추진제 전송’을 시연한다. 이는 우주선 두 대가 우주 궤도에서 만나 연료를 보충하는 기술이다. 우주항공업계는 스페이스가 초대형 우주선인 스타십 두 대로 추진제 전송 시험을 내년 1분기 중 진행할 것이라고 본다.
추진제 전송은 나사의 달 우주인 착륙 임무인 ‘아르테미스’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스페이스X가 추진하는 화성 탐사를 비롯해 심우주 개척을 위한 연료 보급에도 활용된다. 발사체 무게를 줄이기 연료를 적게 싣고 출발해 우주에서 보급하는 방식으로 발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나사의 태양권 탐사 임무인 ‘아이맵(IMAP)’도 내년 본격 가동한다. 아이맵 망원경은 내년 9월 발사돼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상쇄돼 위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제1 라그랑주점(L1)에서 임무를 수행한다. 아이맵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태양계와 경계를 탐사하는 것이 이번 임무의 목표다. 태양풍과 은하 우주선(Cosmic Ray), 태양계와 외부 은하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사의 목성 탐사선 주노는 내년 우주에서 사라진다. 주노는 당초 계획으로는 2021년 임무를 마칠 예정이었던 나사가 중간에 임무를 내년까지 연장했다. 주노는 추가 임무 연장이 더 없다면 내년 9월 임무를 마치고 목성 대기권에 진입하며 불타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