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이착륙기(VTOL) 택시가 내년부터 하늘을 난다. 주요 기업들이 내년부터 본격적인 상용 서비스를 잇달아 출시한다. 답답한 도로를 벗어나 하늘을 날아 빠르게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도심항공교통(UAV) 시대가 원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와 영국의 과학기술 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 등은 내년 세상을 바꿀 것으로 기대되는 과학기술로 수직이착륙기와 함께 유전자 교정을 거쳐 질병에 걸리지 않는 돼지고기,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이 일하는 첨단 공장 등을 꼽았다. 올해 과학기술계를 뜨겁게 달군 비만 치료제와 양자컴퓨터의 발전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해외 언론들이 주목한 주요 혁신 기술들을 살펴봤다.

조비 에비에이션의 수직이착륙기(VTOL)가 비행하는 모습. 조비 에어에이션은 내년부터 아랍에미리트에서 VTOL을 이용한 택시 서비스를 시작한다./로이터 연합뉴스

◇휴머노이드, 내년부터 공장에 본격 배치

미국의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ion)은 내년 말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세계 최초로 수직이착륙기 운행에 나선다. 수직이착륙기는 헬리콥터처럼 수직으로 이착륙할 수 있으면서도 공중에서는 비행기처럼 수평으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말한다. 긴 활주로 없이도 비행이 가능해 도심항공교통(UAV) 구현을 위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조비 에비에이션은 전기모터를 쓰는 수직이착륙기로 택시 서비스에 나선다. 이번 시범 사업은 꽉 막힌 도로를 벗어나 신개념의 교통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내후년인 2026년에는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서도 택시 서비스를 개시한다.

수직이착륙기 택시를 준비하는 기업은 더 있다. 미국 아처 에비에이션(Archer Aviation)도 내년부터 본격적인 승객 운송 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인 이항(EHang)은 현재 수직이착륙기를 시연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동남아를 중심으로 상용화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미국 테슬라(Tesla)가 주도하는 휴머노이드 시장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휴머노이드 옵티머스(Optimus) 생산에 나서며 실전 배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마존은 어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의 휴머노이드를 물류창고에 배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미국의 휴머노이드 기업 피규어(Figure)는 올해부터 미국 BMW 자동차 공장에서 휴머노이드의 실증을 시작했으며, 내년부터는 배치 규모를 더욱 늘릴 예정이다. 또 다른 휴머노이드 기업인 앱트로닉(Apptronik)도 내년 말 메르세데스 벤츠 자동차 공장에서 사용할 휴머노이드 아폴로(Apollo)를 개발하고 있다. 두 기업은 각각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에서 투자를 받고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유전자를 교정해 치명적인 바이러스 감염을 원천 차단한 돼지들/Genus

◇비만 치료제와 유전자 가위의 도약

제약·바이오 산업에서도 혁신 기술이 빛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적인 예가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이다. 실체 가위가 아니라 원하는 유전자를 자르는 효소 복합체이다. 이를 통해 질병을 막고 원하는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바로 유전자 교정이다

영국의 생명공학 기업 지너스(Genus)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에 저항성이 큰 돼지 품종을 개발했다. PRRS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은 돼지의 번식 장애를 유발한다. 지너스는 지난 23일 “PRRS로 인해 전 세계 양돈 농가 생산량의 7%가 감소할 정도로 큰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내년 안에 PRRS 저항 돼지가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근이영양증과 낭포성 섬유증, 겸상 적혈구 빈혈과 같은 유전 질환에 대한 개인 맞춤형 치료법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맞춤형 치료법은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 효과를 높이는 새로운 암 치료법도 만들어낼 것이다.

올해 제약·바이오 산업의 대표 주자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인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미국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였다. 일라이 릴리는 내년 GLP-1 기반의 먹는 비만 치료제 ‘오포글리프론’의 임상시험을 마치고 안전성을 평가한다. 위고비와 젭바운드는 뛰어난 효과와 별개로 주기적으로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최대 단점으로 꼽혔다.

미국 머크(MSD)는 중국 한소제약의 먹는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의 글로벌 판권을 사들였으며, 화이자와 스위스 로슈를 비롯한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가 먹는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국내 제약사들도 투약 주기를 늘리거나 먹는 방식의 비만 치료제를 연구 중이다. 이와 함께 GLP-1 유사체를 비만뿐 아니라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재창출하려는 도전도 내년에 결과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구글 양자컴퓨터 칩 윌로우./구글

◇세계 양자기술의 해 맞아

양자기술 업계도 내년을 기대하고 있다. 유엔(UN)은 내년을 ‘세계 양자기술의 해’로 지정했다. 기존 컴퓨터는 0과 1로 이뤄진 이진법 체계를 사용하는 반면 양자컴퓨터는 0과 1이 중첩된 큐비트(qubit)를 연산 단위로 사용해 동시에 여러 연산을 처리할 수 있다.

구글은 지난 9일 양자컴퓨터칩 윌로우(willow)를 발표하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윌로우는 슈퍼컴퓨터로도 10자년(秭年, 1자년은 10의 24제곱년)이 걸리는 연산을 5분만에 풀어냈다. 여기에 양자컴퓨터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히던 양자오류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도 성공했다. 양자오류는 아주 미세한 환경 변화에도 양자의 상태가 변해 나타나는 연산 오류를 의미한다. 구글의 강력한 경쟁자인 IBM도 자체적인 양자오류정정 기술을 개발 중이다.

양자컴퓨터를 직접 구축하지 않고도 클라우드((cloud·가상 서버)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기반 기술)이 등장하면서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연구개발(R&D), 산업 응용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누구나 손쉽게 양자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금융, 소재, 제약 산업에서 양자컴퓨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술도 내년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올해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뉴럴링크(Neuralink)는 환자의 뇌에 칩을 이식하는 실험을 잇달아 성공시켰다. 칩은 뇌 신호를 컴퓨터로 해독해 생각대로 기계를 만드는 이른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을 구현했다. 내년에는 중국이 BCI에서 미국의 경쟁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중국의 NEO는 뇌의 감각 운동 피질 위에 8개의 전극을 배치한 무선 BCI로, 마비 환자의 손 움직임을 회복하도록 설계됐다. 이미 NEO는 척수 손상을 입은 참가자가 BCI 덕분에 먹고, 마시고, 물건을 잡을 수 있도록 했다. NEO 연구진은 2025년에 더 큰 규모의 임상시험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참고 자료

Forbes(2024), https://www.forbes.com/sites/abdoriani/2024/12/22/6-emerging-technologies-to-build-a-startup-around-in-2025/

Nature(2024),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4-03943-9

NewScientist(2024), https://www.newscientist.com/article-topic/2025-news-p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