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기업인 태영소프트가 G밸리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의료 영상 인공지능(AI)을 개발하고 있다. 나승호 태영소프트 대표는 "PACS를 의료 영상 AI 플랫폼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과천=이병철 기자

국내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기업인 태영소프트가 G밸리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GMSC)의 지원으로 의료영상 인공지능(AI) 개발에 나섰다. GMSC는 기업이 직접 확보하기 어려운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와 의료 데이터를 지원해 AI 개발을 도왔다. 해외 기업이 주도하는 PACS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시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승호 태영소프트 대표는 지난 11일 경기도 과천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중소·중견 기업은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AI 기술을 도입해 경쟁력을 키우고 국내 시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해외 시장까지 개척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태영소프트는 2005년 설립돼 내년이면 창업 20년을 맞는 기업이다. 회사의 주력 제품인 PACS는 X선이나 초음파 같은 의료 영상 데이터를 디지털로 관리하는 플랫폼(기반 기술)이다. 병원에서 촬영한 X선 영상을 필름으로 뽑지 않고도 컴퓨터로 볼 수 있는 것도 모두 PACS 덕분이다. 태영소프트는 PACS 시스템인 ‘ZeTTA PACS’를 서울성모병원과 연세의료원을 비롯한 국내 주요 의료기관에 도입하면서 안정성과 효율성을 인정받았다.

태영소프트가 개발한 심비대증 분석 인공지능(AI)의 화면. 의료진의 심비대증 영상 진단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태영소프트는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과 연동을 강화해 PACS를 의료진단 플랫폼(기반 기술)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를 추진 중이다./태영소프트

태영소프트는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의료영상 AI 개발에 나섰다. PACS와 연동할 수 있는 영상 분석 AI를 개발해 시장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AI 개발은 고가의 GPU와 고품질의 의료 데이터가 필요해 중소기업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태영소프트는 같은 해 GMSC의 인프라 지원과 의료 데이터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연구에 속도를 붙였다. GMSC는 서울시 첨단산업과가 서울 소재 의료기기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2021년 시작한 사업이다.

태영소프트는 GMSC의 지원을 받아 클라우드(cloud·가상 서버)와 자체 서버를 연동한 학습 환경을 구축하고 AI 학습에 필요한 샘플 데이터도 제공받았다. 자체 미러링(mirroring·복사) 시스템도 구축해 클라우드 서버에 대한 해킹 공격과 셧다운(shutdown·폐쇄)에도 연구를 이어갈 수 있었다. 태영소프트에서 AI 개발을 총괄하는 정정운 부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검증된 AI 연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도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태영소프트는 심비대증 분석 AI를 개발해 고려대의료원과 임상시험도 준비하고 있다.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커진 심비대증을 진단하려면 이전까지는 초음파나 X선 영상을 전문가가 직접 확인하고, 심장의 크기를 측정했다. 의료진의 영상 진단을 도울 AI가 이미 여럿 개발돼 있으나 PACS와 별개의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어 진단 장소를 옮기면 사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태영소프트는 PACS에 AI 기능을 통합해 의료진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환자가 받는 진료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나 대표는 “태영소프트는 PACS 기업이지만, 진단 보조 AI를 연동해 시장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며 “이번에 개발한 AI를 바탕으로 PACS를 의료 영상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다른 의료 영상 AI 기업들과도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사업이 AI 연구에 도전하는 중소기업의 성공 사례가 되길 바란다”며 국내 의료 산업 발전에 기여하면서 기업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