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효율 해수 담수화 시스템을 개발했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환경 오염 문제를 최소화하면서도 기존 기술의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유정목 경희대 융합바이오·신소재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해수 담수화 효율을 높인 태양광열 증발기를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해 유엔(UN)이 발표한 ‘UN 세계 물 개발 보고서 2023′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물 부족 문제를 겪는 인구는 20억명에 달한다. 무분별한 물 소비와 과도한 개발, 지구 온난화가 물 부족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해수 담수화 기술이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해수 담수화는 대규모 시설 건설과 운영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연구진은 셀룰로오스를 이용한 태양광열 증발기를 개발해 해수 담수화 비용을 크게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 증발기는 이산화탄소(CO₂) 레이저 탄소화 공정과 아이스 템플레이팅 기술을 적용해 친환경적이면서도 물 증발 효율을 높였다.
셀룰로오스는 나무와 풀 같은 식물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로 생분해성이 우수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연구진은 셀룰로오스 나노섬유와 에어로겔을 만들어 물 전달 속도를 높이면서도 높은 증발률을 확인했다. 또 물질을 급속 냉동해 물방울 구멍을 만드는 아이스 템플레이팅 기술로 다공성 구조도 구현했다. 이산화탄소 레이저로 표면에 탄소층을 만들어 태양광 흡수율을 높여 물 증발 효율도 개선했다. 증발기 표면에는 폴리디메틸실록산(PDMS)를 덧입혀 부력을 높이면서 열 손실도 줄여 성능을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해수 담수화 시스템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순수한 물에서 1㎡ 면적에서 시간당 1.9㎏의 증발률과 93.8%의 증발 효율을 달성했다. 바다를 모사한 환경에서 사용했을 때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태양광열 증발기로 물 부족 지역에서 해수 담수화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농업용수를 정화하거나 산업 폐수를 처리할 때도 사용할 수 있다. 친환경 소재인 셀룰로오스를 사용해 환경 오염에 대한 우려도 최소화했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친환경, 경제적 물 처리 기술의 상용화를 추진하겠다”며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기술 개발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에 지난달 17일 소개됐다.
참고 자료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2024), DOI: https://doi.org/10.1002/adfm.2024145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