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학한림원 반도체특별위원회가 18일 연 발표회에서 전문가들이 한국 반도체 산업 위기 원인과 해법을 설명하고 있다./한국공학한림원

한국공학한림원 반도체특별위원회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 원인을 진단하고 해법을 찾기 위해 18일 개최한 발표회에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리더들이 대거 참석했다. 반도체 산업 리더들이 보는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정리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000660) 사장

“반도체특위 내부에서 논의하던 중에 나온 아이디어가 있다. 중국이 반도체 분야에 다각도로 정책 자금 지원을 하는데, 우리도 자금 지원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통상적으로 대기업에 설비투자 지원을 하고, 소부장 기업이 낙수효과를 보는 게 일반적이다. 반대로 분수효과를 노려보자는 아이디어다. 정부가 소부장 기업에 직접 지원을 해주고, 이걸 통해서 가격경쟁력과 연구개발(R&D)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해서 전체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이현덕 원익 부회장

“한국 반도체 산업을 분석할 때 늘 편치 않다. 소부장이 우리 반도체 산업 생태계에서 분발해야 한다는 지적을 많이 듣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소부장 기업이 함께 일할 수 있는 대기업이 두 개나 있다. 이게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다. 대기업과 소부장이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관점에서 인센티브를 통해 동기부여하자는 건 중요하다. 또 하나 아쉬운 건 소부장 기업이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게 어렵다는 점이다. 소부장 기업이 수도권에 R&D를 위한 연구소를 세우거나 할 때 환경 안전에 대한 영향이 크지 않은 만큼 제도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주면 좋겠다.”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

“우리가 기존에 가진 것을 지키기만 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반도체 생태계에서 가지지 못한 것을 찾아서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1980년대 대만에서 TSMC가 위탁제조를 통해 성장의 계기를 마련했다. 우리도 이제 위탁 설계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한다. 미국의 반도체 설계 업체인 브로드컴의 주가 급등이 설계 플랫폼 비즈니스가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커스텀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는 설계 플랫폼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가 국가 역량을 결집해서 제조 인프라와 소부장 경쟁력, 그리고 인재 풀을 활용해야 한다.”

▲안현 SK하이닉스 개발총괄 사장

“주 52시간에 대해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말하겠다. TSMC 고문을 하는 분께 들은 이야기가 있다. TSMC는 엔지니어가 늦게까지 남아서 일하면 특별수당을 주고 장려한다고 하더라. 개발을 하다보면 가속이 붙어서 관성으로 갈 때가 있다. 그런데 주 52시간제는 개발이라는 특별한 활동을 할 때 부정적인 습관이나 관행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