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경기도 이천시 모가농협 퇴비장에서 나노세정시스템 100CMM급 실증 테스트를 진행했다./한국건설기술연구원

악취 민원의 온상인 축산분뇨 문제를 해결할 기술이 나왔다. 기존 화학처리법보다 효율이 높고, 설치비는 높지만 유지관리 비용이 크게 낮아 장기적으로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설연)은 축산분뇨 유기질비료 제조시설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암모니아 등의 악취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 나노기술 기반 세정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국내에는 약 1500개의 축산분뇨 유기질비료 제조시설이 운영 중이다. 이들 시설에서는 미세먼지와 암모니아로 인한 악취 민원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환경통계포털에 따르면, 악취 민원은 2014년 1만4816건에서 2019년 4만854건으로 늘었는데, 이 중 30%인 1만2000여건이 축산 분야에서 발생했다.

환경부는 축산분뇨 악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 5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부숙유기질비료 제조시설을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로 신고하도록 하고, 암모니아 배출 기준을 30ppm(1ppm은 100만분의 1) 이하로 설정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축산 시설이 영세화와 준비 미흡 등으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축산분뇨 유기질비료 제조시설에서는 약액세정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화학반응과 물리적인 흡수법을 이용해 악취가스나 유해가스를 제거하는 가장 일반화된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은 처리 효율이 낮고 세정폐수 처리와 약품비가 많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다.

정원식 건설연 환경연구본부 연구위원 연구팀은 비료 제조시설에서 배출되는 암모니아와 미세먼지를 효율적으로 저감할 수 있는 나노기술 기반 세정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기존 세정시스템에 나노에멀션장치와 부상분리를 적용해 미세먼지와 악취 포집 효율을 높였다. 세정폐수의 사용 기한도 늘려서 약품비 절감도 가능하다.

연구팀은 충청남도 홍성군과 경기도 고양시 벽제에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한 뒤, 경기도 이천시 모가농협 퇴비장에서 실증 시험을 진행했다. 기존 기술은 암모니아 제거율이 30~60%에 그쳤고, 세정수 교체 주기도 7일 이내였다. 반면 연구팀이 개발한 세정시스템은 암모니아 제거율이 90% 이상, 세정수 교체 주기는 45일 이상으로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이 가능했다.

새 세정시스템은 기존 설비보다 설치비가 4000만원 정도 높지만, 세정폐수처리 비용이 60%, 약품비가 30% 절감돼 연간 1억원 정도 유지관리 비용이 낮았다. 악취 민원도 줄어들어 가축시설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건설연은 설명했다.

박선규 건설연 원장은 “이번에 개발된 나노세정시스템은 축산분야 외에도 향후 1만2000여 개에 달하는 하수처리장 세정탑, 2만여 개 이상의 일반 공장에 설치된 세정탑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며 “미세먼지와 악취 민원 해소를 통한 사회 현안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