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분야 연구개발(R&D)의 비용 상승으로 여러 국가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 늘어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드론(무인기) 기술이 전쟁터에서 갖는 영향력이 입증되기도 했다. 우리가 한국 기업과 손잡고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를 개발하는 이유다.”
퍼 요나스 트롤소스(Per-Jonas Trollsås) 파트리아 핵심고객(Key Account) 디렉터는 지난 12일 서울 중구 비즈니스핀란드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한국항공우주(047810)(KAI)와 MUM-T용 데이터 전송 솔루션(소프트웨어)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파트리아는 핀란드를 대표하는 방위산업(방산) 기업이다. 1921년 설립돼 올해로 103년차를 맞았다. 파트리아는 세계에서도 몇 안되는 육·해·공 장비를 모두 다루는 기업이다. 대부분 방산 기업이 전투기나 전차, 전투함 등 특정 제품에만 집중하는 것과 달리 파트리아는 이 모든 제품을 아우르고 있다.
파트리아의 대표 제품은 장갑차다. 이 회사 장갑차는 여러 구성요소를 조합하는 모듈형으로 설계돼 유지·보수가 용이하면서도 안전성과 이동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폴란드와 크로아티아, 슬로바키아도 도입했다.
트롤소스 디렉터는 “파트리아는 장갑차 기술에 강점을 갖고 있지만, 핀란드는 전통적으로 정보통신(IT) 분야 강국”이라며 “최신 전투 체계에 사용하는 통신 장비에도 뛰어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MUM-T는 유인 전투기와 무인 전투기가 동시에 작전을 수행하는 작전 개념이다. 유인 전투기의 조종사가 가진 경험과 판단력을 바탕으로 복잡한 작전을 수행하는 동시에 위험하거나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무인 항공기가 우선 진입해 임무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트롤소스 디렉터는 “MUM-T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유인 전투기와 무인 항공기가 안정적으로 데이터를 주고 받는 것”이라며 “무인 항공기가 수집한 정보를 유인 전투기에서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조종사가 안정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돕는다”고 말했다.
파트리아는 KAI뿐 아니라 다른 방산 기업들과도 협력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였다. 트롤소스 디렉터는 “최근 국방과학연구소(ADD)와도 만나 전투기와 전투함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며 “다른 방산 기업들과도 만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파트리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무인 전투 시스템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반자동 박격포 ‘네모(NEMO)’가 대표적이다. 네모는 파트리아와 핀란드군이 함께 개발해 스웨덴에도 수출했다. 지난 9월 미군이 진행한 시연에서도 뛰어난 성능과 안정성을 입증했다.
트롤소스 디렉터는 “박격포를 다루는 군인들은 폭발과 소음에 노출돼 있고 기동성도 떨어진다”며 “무인 시스템을 이용하면 아군의 안전을 담보하면서도 정확한 사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트롤소스 디렉터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핀란드와 마찬가지로 한국도 북한과 대치하고 있어 지정학적 상황도 비슷하다”며 “양국 모두 방위 산업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닮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방산 기업과 함께 더 넓은 시장으로 진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트리아는 한국 기업과 함께 개발한 시스템을 해외에 수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롤소스 디렉터는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의 기술이 탑재된 전투기가 해외 시장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며 “여러 방면으로 협력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