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연구진은 전기공진 방식의 무선전력전송(ERWPT)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변영재 교수 연구진이 2m 전력전송 거리에서 실제 무선 충전 효율을 측정하는 모습./UNIST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만 있어도 알아서 충전할 수 있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국내 연구진이 3차원 공간 어디서든 전자기기를 무선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전기전자공학과 변영재 교수 연구팀은 3차원 공간 어디든 충전이 가능한 전기공진 방식의 무선전력전송(ERWPT)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무선 충전의 기본 원리는 19세기 영국 물리학자 패러데이가 발견한 '전자기유도(電磁氣誘導)' 현상이다. 간단히 말해 전선에 전류가 흐르면 주변에 자기장이 생기고, 이 자기장의 에너지가 가까운 곳에 있는 다른 전선에 전류를 발생시킨다.

현재 무선 충전기(송신기)는 코일에서 특정 주파수로 진동하는 자기장을 만들어 같은 주파수를 가진 전자기기(수신기)에 전류를 전달한다. 이런 자기장의 자기 공명을 이용한 충전 방식은 자기장이 스스로 돌아오려는 성질 때문에 송수신기의 위치가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충전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UNIST 연구진은 자기장 대신 전기장을 이용한 전기공진 방식의 무선 충전기를 만들었다. 전기장은 자기장처럼 한 방향으로만 향하지 않고, 스스로 되돌아오는 특성도 없기 때문에 송수신기의 배치나 각도를 신경쓸 필요가 없다. 연구진은 수신기에 특정 구조를 만들어 전기장 기반의 공진을 최적화해 충전 효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무선 충전기는 가로, 세로, 높이가 최대 2m인 공간 안이면 어디든 46%의 무선 전력 전송 효율을 기록했다. 변영재 교수는 "과거 MIT(매사추세츠 공대) 연구진이 자기 공진 방식으로 중거리 충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적 있는데, 우리는 더 나아가서 3차원 공간 어디서든 충전이 가능하도록 기술을 혁신했다"고 말했다.

UNIST 연구진이 만든 기술은 한 번에 한 대가 아니라 여러 대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다. 여러 개의 수신기를 같은 공간 안에 둬도 동일한 충전 효율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발전시키면 단순히 휴대폰 충전을 넘어서 스마트 공장의 물류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을 자동으로 충전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지금은 물류 로봇이 일정 시간 일을 한 뒤에 충전 공간으로 이동해 충전해야 하지만,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공장 안에서 계속 무선 충전을 하면서 일을 할 수 있어 효율이 높아질 수 있다.

연구진은 해양 환경에서 탐사나 에너지 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기술이 발전하면 전기차도 무선 충전 패드 위에 정확히 주차하지 않아도 일정 구역 안에서는 여러 대가 동시에 충전될 수도 있다.

참고 자료

Advanced Science(2024), DOI : https://doi.org/10.1002/advs.202407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