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맥킨지앤드컴퍼니(맥킨지)는 지난해 4월 양자기술에 대한 모니터링 보고서를 발표하고 전 세계 양자기술 전문가의 공급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맥킨지는 “양자기술을 갖춘 취업준비생보다 일자리 수요가 많다”며 “양자기술과 다방면의 지식을 갖춘 인재는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 11월 29일 서울 동대문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서 만난 손석균 물리학과 교수는 “양자기술이 게임체인저로 지목되면서 정부 차원의 인력 양성사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한국은 학문적인 전문가를 육성하는 동시에 산업화할 수 있는 전문가의 육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서울시가 함께 운영하는 양자기술 전문인력양성 프로그램인 ‘서울퀀텀캠퍼스’에서 양자기술전문가 프로젝트매니저(PM)를 맡아 커리큘럼(수업 과정)과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양자기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은 서울퀀텀캠퍼스가 국내 최초다.
서울퀀텀캠퍼스는 지난 10월 ‘양자기술 사업화 심화 과정’을 운영하며 양자기술 기업 재직자를 대상으로 기술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오는 9일부터 시작하는 ‘양자기술 산업전문과정’은 기존 양자기술 기업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첨단 기술 기업 재직자를 대상으로 양자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양자기술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 아니더라도 미래에 찾아 올 양자기술 시대에 대응하고, 신사업을 발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양자기술 산업전문과정 교육생 모집은 오는 4일까지다.
손 교수는 “일부 양자기술은 예상보다 기술 수준이 높아 머지않아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한국이 국제적인 추세를 따라가려면 기존 산업 인력을 활용해 산업 생태계를 빠르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탄탄한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한국 양자 산업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양자 산업이 태동하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기반 시설)가 잘 닦여 있어 정부 전략에 따라 빠르게 선도국 수준의 양자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가령 한국이 보유한 세계적인 수준의 광통신망을 이용해 양자 광통신을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통신 전문가들이 어떻게 양자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오 기업들도 양자 기술에 관심을 보인다. 손 교수는 “양자컴퓨터는 병렬 계산에 특화돼 동시에 많은 연산을 처리할 수 있다”며 “신소재, 바이오 기업들이 새로운 물질을 찾을 때 활용하면 연구 속도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퀀텀캠퍼스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인 KIST와 대학인 고려대, 경희대 그리고 홍릉강소특구가 있는 홍릉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산학연 생태계가 한데 어우러져 양자기술의 사업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최적의 공간이다.
손 교수는 “서울퀀텀캠퍼스 학생들이 KIST의 양자 오픈펩, 고려대 양자대학원, 경희대 양자물질글로벌연구센터 인프라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고, 실습도 가능하다”며 “양자기술이 시장에서 얼마나 가치 있고, 이를 이용했을 때 어떤 장점이 있는지 전문가들과 논의하며 사업 계획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퀀텀캠퍼스가 국내 양자기술 전문인력양성의 ‘롤모델’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양자기술 산업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첫 시도인 만큼 실패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번 시도가 한국의 양자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손 교수는 “서울퀀텀캠퍼스 프로그램과 서울경제진흥원을 연계해 단순 교육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창업과 사업 확장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며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사업화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