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학연구원과 서울대 연구진이 액체 유기물에 저장된 수소를 고효율로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왼쪽부터 감동권 한국화학연구원 학생연구원, 김상준 한국화학연구원 선임연구원./한국화학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저장된 수소를 손쉽고 효율적으로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친환경 수소 경제를 상용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박지훈 한국화학연구원 CO2에너지연구센터장과 김상준 선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은 한정우 서울대 교수와 공동으로 전기로 촉매를 가열해 수소 추출 속도와 효율을 높이는 ‘전자기 유도 촉매 가열 시스템(ECIHS)’을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수소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최근 주목 받고 있다. 수소(H)가 산소(O)와 결합해 물(H₂O)이 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자의 흐름을 이용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이산화탄소가 부산물로 나오는 화석연료와 비교해 부산물로 물이 나와 탄소 배출과 대기 오염이 없다. 한국도 ‘12대 국가전략기술’로 수소 에너지를 포함하며 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수소는 부피가 크고 폭발 위험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수소에너지를 상용화하려면 안전하고 효율적인 저장·운반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수소를 액체 상태의 유기물에 결합해 저장, 운송하는 ‘액상 유기물 수소 운반체(LOHC)’ 기술이 활발히 연구 중이지만, 저장한 수소를 다시 추출하는 속도가 느리다는 한계가 있다. 또 촉매를 고온으로 가열하기 위해 많은 열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연구진은 ‘전자기 유도 촉매 가열 시스템’ 방식을 도입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촉매를 전기로 직접 가열해 수소 추출 속도와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전자기파를 이용해 액체 유기물 전체를 가열하지 않고도 촉매 자체에서 열을 발생시켜 에너지 손실도 줄일 수 있다.

한국화학연구원과 서울대 공동 연구진이 개발한 수소 추출 시스템의 시연 장면. 전자기 유도 촉매 가열 시스템을 수소가 저장된 액체 유기물에 넣자 즉각적으로 수소가 추출되고 있다./한국화학연구원

연구진은 전자기파를 받으면 열을 내는 특수 소재인 ‘티타늄 실리콘 카바이드’를 벌집 구조로 만들었다. 벌집 구조체는 촉매 지지체로 사용해 열 전달 효율을 높였다. 촉매는 백금과 황을 첨가해 적은 열에너지로도 고효율로 수소를 추출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연구진이 개발한 시스템은 기존 방식에 비해 16.4배 빠른 속도로 저장된 수소를 추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소 추출 효율도 2배 이상 높였으며, 200시간 이상 사용하더라도 안정적인 수소 추출이 가능했다.

모형 수소차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3초 이내에 수소가 나왔으며, 11.34초 만에 운행이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차량에 직접 설치해 사용하는 ‘온보드 수소 모빌리티’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김상준 선임연구원은 “액상 촉매 반응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고 수소 경제 핵심 기술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지속적인 연구로 통해 수소 기술 상용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줄’에 지난 8월 21일 소개됐다.

참고 자료

Joule(2024), DOI: https://doi.org/10.1016/j.joule.2024.05.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