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의 차세대 우주선인 스타십(Starship)이 다섯 번째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연료로 메탄을 쓴다. 이번 시험 비행에서는 슈퍼 헤비 부스터를 발사대에 수직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유튜브 캡처

한국판 스페이스X를 육성하기 위한 재사용발사체 기술 개발 사업이 내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재사용발사체는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처럼 우주로 수화물을 보낸 뒤 다시 지구로 귀환해 다음 임무를 할 수 있는 로켓이다.

4일 우주항공청과 우주 산업계에 따르면, 우주청은 지난 10월 29일 경남 사천 청사에서 ‘혁신형 재사용발사체 핵심기술 선행연구 사업’에 대한 기업 공청회를 개최했다. 우주청은 공청회에서 메탄 추진제 기반의 액체로켓 엔진을 재사용발사체의 핵심기술이라고 공표하고, 민간 주도로 기술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재사용발사체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해 3년간 400억원을 투입하고, 4개 기업의 경쟁 연구개발(R&D)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동시에 개발에 참여하는 민간 기업들도 78억원을 분담금 형식으로 내야 한다. 민간 주도의 사업 성격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우주청은 먼저 1년간 복수 기업의 R&D를 지원하고 그중 최종 개발 기업을 결정하는 경쟁형 R&D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조선비즈 취재 결과 첫 해인 내년에는 모두 4개 기업을 선발해 핵심 기술인 터보펌프와 연소기 개발을 지원한다. 첫 해에 배정된 예산은 50억원으로 기업 당 8억원씩 지원해 기본 설계를 진행한다.

이후 평가를 거쳐 2개 기업을 추린 뒤 터보펌프와 연소기의 실제 제작과 시험설비 증·개축을 진행하고, 마지막 해에는 실제 시험평가를 통해 기술 개발을 마무리한다. 이번 사업에서 액체로켓 엔진의 핵심 구성품인 터보펌프와 연소기가 개발되면, 이후 민간 주도로 엔진시스템 개발과 재사용 체계 개발이 진행된다. 터보펌프와 연소기 개발을 주도한 기업이 향후 재사용 체계 개발까지 맡을 가능성이 크다.

우주항공청은 재사용발사체 핵심기술 선행개발을 통해 5세대 재사용발사체로의 퀀텀 도약(Quantum Leap)을 계획하고 있다./우주항공청

우주청은 이번 기술 개발 사업을 통해 우주 수송 기술의 퀀텀 점프(비약적 도약)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우주청은 내부적으로 한국형발사체인 누리호의 기술 수준을 ‘2세대’로 분류하고 있다. 재사용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 미국이 국제우주정거장을 오가는 데 운용한 우주왕복선은 3세대이고, 현재 스페이스X의 주력 발사체인 팰컨9은 4세대, 차세대 발사체인 스타십은 5세대로 분류했다.

4세대와 5세대의 차이는 엔진이다. 팰컨9은 누리호가 쓰는 케로신(등유) 연료를 사용하고 있고, 스타십은 메탄 연료를 쓴다. 우주청은 재사용발사체 기술 개발 사업을 메탄 엔진 기반으로 진행해 우리 발사체 기술을 단숨에 5세대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우주청은 “우주 수송 비용이 누리호는 ㎏당 3만달러, 차세대발사체도 ㎏당 1만달러 수준인데, 재사용발사체 체계개발을 통해 ㎏당 1000달러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낮춰 우주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