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족보행 로봇 아르테미스(ARTEMIS)를 처음 공개하자 ‘어떤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사용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때마다 답변은 ‘아르테미스의 보행은 100% 계산으로 작동하며 AI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이다. AI가 로봇 기술의 한계에 대한 완전한 해결책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핵심은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창의력으로 적절한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이다.”

데니스 홍(홍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 겸 로멜라(RoMeLa·로봇메커니즘연구소) 소장은 23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글로벌 로봇 비즈니스 포럼’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데니스 홍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 겸 로멜라(RoMeLa·로봇메커니즘연구소) 소장이 23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글로벌 로봇 비즈니스 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대구=이병철 기자

홍 교수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로봇공학자다. 교육용 소형 로봇 ‘다윈OP’, 군함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는 용도의 ‘사파이어’, 미국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찰리’ 등 휴머노이드 로봇 12종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했으며, 2009년 파풀러사이언스가 선정하는 ‘젊은 천재 10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홍 교수는 이날 AI와 로봇공학을 주제로 강연에 나서 AI가 모든 로봇 기술에 필요한 만능 해결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로멜라에서 개발한 두 종류의 로봇이 가장 좋은 예시”라며 아르테미스, 발루 등 2종류의 이족보행 로봇을 소개했다.

아르테미스는 지난해 3월 개발한 휴머노이드 이족보행 로봇이다. 로봇 축구 대회인 로보컵에서 올해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최고 성능을 증명했다. 최근까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걷는 휴머노이드 로봇이었으며, 산업계를 통틀어 단 3대 뿐인 뛸 수 있는 로봇 중 하나다.

이날 소개한 발루는 다소 특이한 모습을 가진 이족보행 로봇이다. 몸통은 헬륨 풍선이며, 두 개의 얇은 다리로 공중에 뜨듯 걸어다니는 방식이다. 심지어 바람이 불면 날아갈 정도로 가볍다.

데니스 홍(홍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가 개발한 이족보행 로봇 발루는 헬륨이 들어 있는 은박풍선에 두 개의 다리가 붙어 있는 형태다. 아르테미스와 달리 인공지능(AI) 학습을 이용해 움직인다./대구=이병철 기자

그는 “로봇공학자들은 지난 100년간 모델 기반 기술을 개발했고, 최근에는 학습 기반 기술이 주목 받고 있다”며 “학습 기반 기술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AI”라고 소개했다.

모델 기반 로봇은 개발자가 미리 입력한 수학, 물리 공식을 이용해 작동한다. 가령 바닥이 미끄러울 때는 천천히 걷거나, 높은 곳을 올라갈 때는 무릎을 얼마나 높이 들어야 하는지 계산해 정해진대로 움직이는 방식이다. 반면 학습 기반 기술은 보행 관련 데이터를 학습시켜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고 상황에 맞는 보행을 하는 방식이다.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하면 로봇의 보행 성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아르테미스는 대표적인 모델 기반 로봇, 발루는 학습 기반 로봇이다. 한 연구실에서 만든 이족보행 로봇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셈이다.

홍 교수는 “아르테미스를 모델 기반으로 설계한 이유는 보행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며 “시뮬레이션으로 데이터를 만들어도 실제 야외 환경에서 실험을 하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발루는 바람만 불어도 넘어져 수학적으로는 모델링이 불가능하다”며 “대신 가볍고 저렴해 24시간 작동하며 카메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이용해 계속 보행 데이터를 학습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될 가장 강력한 무기는 AI가 아닌 인간의 창의력이라고 강조했다. 끊임 없이 도전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홍 교수는 “발루도 로봇이 넘어지지 않고, 넘어지더라도 안전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에서 개발을 시작했다”며 “계속 새로운 방식의 로봇을 개발해 인간이 할 수 없는 다양한 작업을 대신하는 로봇을 개발한다는 꿈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