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차중 울산과학기술원(UNIST) 디자인학과 교수 연구진이 개발한 불안애착 관리 장치. 불안애착을 가진 사람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상황 9개 중 3개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질문을 던진다./울산과학기술원

국내 연구진이 타인에 의해 부정적인 감정을 갖는 ‘불안애착’ 성향의 사람을 위한 장치를 개발했다. 사람들이 스스로 부정적 감정을 떨쳐내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도록 돕는 장치다. 불안애착으로 사교 활동이 힘든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차중 울산과학기술원(UNIST) 디자인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불안애착을 가진 사람들의 감정 관리를 돕는 장치를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불안애착은 상대방에 의해 자신의 감정이 과도하게 흔들리는 상태를 말한다. 가령 불안애착을 가진 사람은 대화 상대방이 즉시 공감하거나 동의해주지 않으면 자신을 싫어한다고 느낀다. 주로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로 인해 이 같은 성향을 갖게 되며, 성인이 된 이후까지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불안애착을 가진 사람은 타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대인 관계에서 자존감이 떨어져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연구진은 불안애착 성향을 가진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지 확인했다. 불안애착을 갖고 있으면서 평소 다이어리를 쓰는 사람들과 면담을 통해 부정적 감정을 유발하는 상황 9가지를 파악했다.

연구진은 이렇게 파악한 9개 항목 중 성취 부족, 자기 비하, 미래 걱정 등 3개 상황을 디자인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감정 관리 장치를 개발했다. 5명의 디자이너와 회의 끝에 질문이 인쇄되면 펜으로 답하는 형태가 선택됐다. 이 장치는 부정적인 감정을 인식해 긍정적 사고를 유도하는 문제를 내고, 사용자가 이에 답하면서 감정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불안애착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집에 이 장치를 설치한 후 10일간 사용하면서 감정 변화를 기록하게 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부정적 감정이 다소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가자들은 “감정을 명확히 인식하고 원인을 이해할 수 있었다” “긍정적인 생각을 떠올리며 스스로 감정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김 교수는 “불안애착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부정적 감정을 스스로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라며 “전문가의 심리상담을 대체할 수도 있을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국제 디자인 저널’에 지난 8월 31일 소개됐다.

참고 자료

International Journal of Design(2024), DOI: https://doi.org/10.57698/v18i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