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포항공대(포스텍),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이 초저전력 인공지능(AI) 연산이 가능한 뉴로모픽 소자를 개발했다. 왼쪽부터 김승주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박사 후 연구원, 이동화 포스텍 교수, 조수아 양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 장호원 서울대 교수./서울대 공대

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AI)으로 인한 환경 오염을 막을 방법을 찾아냈다. 차세대 태양전지 소재로 주목 받는 페로브스카이트를 이용해 AI가 사용하는 전력량을 줄이면서도 높은 정확도로 연산을 할 수 있게 했다.

장호원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포항공대(포스텍),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와 함께 초저전력으로 AI 연산이 가능한 뉴로모픽 소자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AI는 빠른 속도로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어 사물인터넷(IoT) 생성형 AI, 거대언어모델(LLM), 자율주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용 중이다. 다만 문제는 AI 연산에 막대한 양의 전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AI 기술을 주도하는 글로벌 테크 기업들은 전력량을 충당하기 위해 직접 원전에 투자하거나 기술 개발에 나설 정도다.

현재 AI용 반도체는 실리콘을 기반으로 한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주로 사용된다. 다만 전력 소모가 크고, 빠른 성능 저하, 물리적 한계로 인한 성능 향상 제한 등 여러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과학기술계가 기존 컴퓨터의 작동 방식인 ‘폰노이만 구조’를 벗어나 인간의 뇌 작동 원리를 모사한 뉴로모픽 장치의 개발에 주목하는 이유다.

연구진은 페로브스카이트를 이용해 새로운 뉴로모픽 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유기물과 무기물이 섞여 있는 금속 산화물 구조를 말한다. 반도체와 부도체, 도체의 성질을 모두 가지는 물질을 발견한 러시아 광물학자 레프 페로브스키의 이름을 땄다.

연구진은 차세대 태양전지와 발광다이오드(LED) 소재로 주목받던 할라이드 페로브스카이트가 높은 이온 이동도를 가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뉴로모픽 소자가 모방하는 인간의 뇌는 신경 세포 사이 공간인 시냅스에서 이뤄지는 이온 이동을 이용해 정보를 저장, 처리한다. 반도체 표면 전면에 균일하게 이온을 퍼뜨릴 수 있다면 뉴로모픽 소자의 성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연구진은 할라이드 페로브스카이트로 뉴로모픽 소자를 만들고 연산 성능을 확인했다. AI의 성능 검증에 쓰이는 데이터셋인 MNIST, CIFAR, ImageNET 같은 데이터를 활용한 결과, 추론 오차율은 0.08%로 이론적 한계 값과 큰 차이가 없었다. 소자를 여러 개 연결한 ‘어레이(Array)’도 초저전력으로 인공지능(AI) 연산이 가능하다는 점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AI 연산에 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뇌의 활동을 모방해 연산 정확도를 높여 자율주행, 의료진단처럼 높은 정확도가 필요한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것이다.

장호원 교수는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소자의 근원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기초 자료를 제공했다”며 “고성능의 뉴로모픽 소자를 개발하려면 소재 전면에 균일한 이온 이동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지난 18일 소개됐다.

참고 자료

Nature Nanotechnology(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65-024-017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