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전기차용 배터리의 상태를 안전하면서도 손쉽게 평가할 수 있는 측정 기술을 개발했다. 약한 전류를 흘려도 높은 정확도로 상태를 측정할 수 있다. 왼쪽부터 이영남 박사과정 연구원, 이상국 교수, 권경하 교수./한국과학기술원

국내 연구진이 배터리의 상태를 안전하면서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돕는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전기차 화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커지는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권경하·이상국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진은 소량의 전류로 배터리의 상태를 정밀하게 진단하는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EIS)’ 기술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은 배터리에 전류를 흘리고, 내부의 임피던스(저항)를 측정해 성능과 상태를 평가하는 기술이다. 배터리의 충전 상태, 정상 작동 여부, 수명 등 다양한 요소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 기술은 비용이 많이 들고 장비가 복잡해 운영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감도가 낮아 강한 전류를 사용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배터리에 전류를 흘리는 과정에서 고장이나 화재를 유발할 가능성도 크다.

KAIST 연구진은 적은 전류만으로도 전기차용 고용량 배터리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을 개발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기존 방식이 수암페어(A) 수준의 강한 전류를 사용해야 했다면,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10㎃(밀리암페어·1㎃는 1000분의 1A) 전류로도 임피던스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전류를 흘릴 때 발생하는 열을 최소화해 화재 위험성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 장비의 부피를 줄이고 구조도 개선했다. 자동차에도 실을 수 있으며, 배터리 온도와 남은 용량에 따라 바뀌는 임피던스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게 했다.

권경하 교수는 “전기차용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에 쉽게 통합할 수 있고, 기존 고전류 방식 대비 비용과 복잡성을 낮추면서도 높은 측정 정밀도를 입증했다ˮ며 “전기차 외에도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의 배터리 진단 및 성능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ˮ고 말했다.

연구 논문은 국제 학술지 ‘미국전기전자공학회(IEEE) 트랜잭션 전자산업’에 지난달 5일 실렸다.

참고 자료

IEEE Transactions on Industrial Electronics(2024), DOI: https://doi.org/10.1109/TIE.2024.3436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