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 네안데르탈인 복원상(오른쪽)을 보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인은 누구나 DNA에 네안데르탈인이 물려준 유전자를 1~2% 갖고 있다./독일 네안데르탈인 박물관

네안데르탈인은 인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와 공존했지만, 사냥 도구는 달랐다고 알려졌다. 호모 사피엔스는 초원에서 사냥하기 위해 작은 창을 끼워 멀리 던지는 아틀라틀(atlatl)을 썼지만, 네안데르탈인은 긴 창만 썼다. 네안데르탈인은 왜 동시대 호모 사피엔스와 사냥 도구가 달랐을까.

과학자들이 실험을 통해 고인류가 다른 사냥 도구를 썼던 이유를 알아냈다. 네안데르탈인은 사냥 환경에 맞춰 창만 썼지, 지능이 떨어져 복잡한 아틀라틀을 쓰지 못한 게 아니라고 나타났다. 실제로 다른 연구는 네안데르탈인이 정교한 휴대용 무기를 만들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깃털이 달린 작은 창을 아틀라틀의 홈에 끼워 던지는 과정. 아틀라틀이 지렛대 역할을 해서 창을 더 멀리 던질 수 있다./위키미디어

◇사냥 도구의 차이는 중력이 좌우

미국 켄트 주립대 인류학과의 메틴 에렌(Metin Eren), 미셸 베버(Michelle Bebber) 교수와 위스콘신-메디슨대 인류학과의 김남철 교수 연구진은 네안데르탈인이 중력 때문에 사냥에서 아틀라틀을 쓰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달 30일 국제 학술지 ‘고고학 저널 리포트’에 실렸다.

네안데르탈인은 40만 년 전 아프리카를 떠나 유라시아에 정착했다. 3만 년 전 멸종하기까지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와 수만 년간 공존했다. 호모 사피엔스는 7만 년 전쯤 아프리카를 떠나 중동으로 이주했다.

과학자들은 두 인류의 사냥 환경이 달랐다고 본다. 호모 사피엔스는 수십만 년 동안 아프리카 초원에서 사냥했다. 초원은 탁 트인 곳이라 사냥감에 가까이 가기 어렵다. 할 수 없이 먼 곳에서 창을 던져야 한다. 아틀라틀은 창을 멀리 던지는데 최적인 도구이다.

아틀라틀은 깃털이 달린 작은 창을 잡을 수 있도록 끝에 홈이 있는 휴대용 투창기이다. 막대기는 인간의 팔로 창을 던질 수 있는 운동량을 증폭시키는 지렛대 역할을 한다. 사냥꾼은 검지와 중지로 막대기를 잡고 야구공처럼 던져 창을 멀리 날릴 수 있다. 반면 네안데르탈인은 유라시아의 숲에서 절벽이나 나무에 올라가 아래쪽의 먹잇감을 향해 창을 던졌다고 추정된다.

투창기인 아틀라틀에 창을 끼워 던질 때(왼쪽)와 일반 창을 던질 때(오른쪽)의 운동 에너지. 일반 창은 높이 올라갈수록 아래로 던질 때 운동 에너지가 증가했지만, 아틀라틀로 하면 감소했다./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 Reports

연구진은 네안데르탈인처럼 위에서 창을 던지는 실험을 했다. 베버 교수는 “중력 때문에 일반 창이나 아틀라틀 둘 다 던지면 힘이 증가했다고 생각했다”며 “실험을 시작하고 데이터를 보고는 정말 다르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연구진 두 명은 리프트를 타고 3m, 6m, 9m 지점에서 가벼운 아틀라틀 발사체나 무거운 창을 던졌다. 동시에 고속 카메라로 각 무기의 속도와 운동에너지를 측정했다. 손으로 던진 창은 높은 곳에서 던질수록 운동 충격 에너지가 증가했다. 9m 높이에서는 평지에서 던졌을 때보다 최대 100%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아틀라틀 발사체의 운동 충격 에너지는 리프트 높이가 높아질수록 감소했다. 9m 높이에서는 평지보다 20% 줄었다.

연구진은 아틀라틀은 아래로 던지는 동작이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야구공을 앞이 아니라 아래로 던지기가 힘든 것과 같다. 또 아틀라틀로 던지는 얇고 가벼운 창은 아래로 내려가면서 돌풍이나 공기 저항에 더 취약할 수도 있다고 했다. 에렌 교수는 “네안데르탈인이 아틀라틀을 발명하지 못한 것은 결함이나 결핍이 아니라 사냥터에 가장 적합한 무기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휴대용 칼에 맞는 접착제 개발

네안데르탈인이 도구를 만들 능력이 부족하지 않았다는 증거는 또 있다. 독일 튀빙겐대 지구과학과의 패트릭 슈미트(Patrick Schmidt) 교수 연구진은 지난 2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네안데르탈인이 호모 사피엔스 못지않게 접착제를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역청만 석기에 바르면 접착력이 강해 손에 달라붙었다(왼쪽). 반면 황토를 절반쯤 섞으면 접착력은 유지하면서 손에 달라붙지 않았다. 석기 손잡이 역할을 한 것이다./Science Advances

여러 성분으로 접착제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은 아프리카의 초기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에서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유럽의 초기 네안데르탈인에서는 그런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접착제의 발달은 초기 인류의 문화적 진화와 인지 능력을 보여주는 물질 증거로 간주했다. 슈미트 교수 연구진은 네안데르탈인의 인지 과정이 호모 사피엔스와 닮았음을 보여주는 증가를 찾았다고 밝혔다.

바로 프랑스의 르무스티에(Le Moustier) 유적지에서 12만~4만년 전 중기 구석기 시대의 석기이다. 긁개나 칼날 같은 도구에서 황토와 역청(천연 아스팔트)을 혼합한 흔적이 발견됐다. 역청은 접착제로 쓰였다. 여기에 황토가 섞이면 접착력이 떨어진다. 놀랍게도 르무스티에 석기에선 황토가 50%를 넘었다.

연구진은 실험에서 황토와 역청을 섞으면 도구의 손잡이로 적합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역청이 많으면 손에 달라붙지만, 황토가 섞이면 그렇지 않았다. 황토와 역청 혼합물이 날카로운 석기를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손잡이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현미경 분석 결과 석기 도구 사용과 일치하는 독특한 마모 형태가 발견돼 접착제를 실제로 썼음을 알 수 있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석기의 한쪽은 다른 재료를 가공할 때 발생하는 날카로운 모서리의 전형적인 광택이 있었다. 논문 공저자인 미국 뉴욕대 인류학과의 라두 이오비타(Radu Iovita) 교수는 “다른 손으로 잡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만 전체에 밝은 광택이 있었다”며 “이는 손잡이에서 도구가 움직이면서 황토에 마모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접착제의 발달은 초기 인류의 문화적 진화와 인지 능력을 보여주는 물질 증거로 간주했다. 슈미트 교수는 “우리 연구는 아프리카의 초기 호모 사피엔스와 유럽의 네안데르탈인이 비슷한 사고 형태를 가졌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 Reports(2024), DOI: https://doi.org/10.1016/j.jasrep.2024.104785

Science Advances(2024),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l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