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화대 연구진이 개발한 봉합사. 마그네슘과 고분자를 이용해 마찰력으로 전류가 흐를 수 있게 했다. 봉합사에 흐르는 전류는 상처 회복을 돕고 감염을 막는다./호청이

상처를 꿰매면 회복을 더 촉진하는 봉합사가 나왔다. 단순히 벌어진 상처를 닫는 데 그치지 않고 미세한 전류를 방출해 피부세포를 자극하는 방식이다. 별다른 항생제 없이 세균 감염도 막을 수 있어 항생제 내성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호청이 중국 동화대 교수 연구진은 9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전기를 만드는 봉합사로 상처를 꿰매면 하루 만에 상처 크기를 10%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봉합사는 의사가 수술 부위나 외상으로 벌어진 상처를 꿰맬 때 사용하는 의료용 실이다. 벌어진 피부를 닫고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봉합사로 꿰매면 그곳에서 피부 조직이 재생되며 상처 회복 속도를 높인다.

봉합사는 과거 실크, 면 같은 천연 물질로 만들었으나 최근에는 나일론이나 폴리프로필렌 같은 합성소재를 쓰고 있다. 합성소재는 면역 반응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강도가 강하다. 연구진은 기존 합성소재 봉합사의 장점에 더해 전기를 흘리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번에 개발한 봉합사는 마그네슘을 고분자 물질이 둘러싼 형태다. 이 구조는 실 단면이 중심 금속을 여러 층으로 쌓인 껍질이 감싸고 있어 ‘다중 코어-쉘’이라고 부른다. 다중 코어-쉘 구조는 실이 움직일 때마다 층 사이에서 마찰이 일어난다. 마찰은 정전기를 발생시켜 미세한 전류를 흐르게 한다. 봉합사는 꿰맨 상처 주변이 움직이면 자연스럽게 전류를 만든다.

연구진은 상처가 있는 생쥐를 새로 개발한 봉합사로 꿰맨 후 회복 속도를 측정했다. 상처는 길이 2㎝, 깊이 5㎜로 균일했으며, 피부와 근육까지 손상된 상태였다. 봉합 후 14일 동안 회복 과정을 살펴봤다. 이후 상처 부위와 주변 조직을 채취해 회복 정도를 분석했다.

생쥐가 별다른 처치를 받지 않으면 24시간이 지나 상처 크기가 69%로 감소했다. 일반 봉합사를 사용하면 32.6%로 감소했다. 전기 방출 봉합사를 사용하면 상처 크기가 10.8%로 줄어 대부분 회복됐다. 생쥐는 전기 방출 봉합사를 사용했을 때 10일 지나 상처가 완전히 아물었고, 무처치와 일반 봉합사를 사용한 경우에는 10일이 지나도 상처가 일부 남아 있었다.

연구진은 봉합사에서 흐르는 미세한 전류가 상처 주변 세포를 자극해 회복을 돕는다고 분석했다. 미세 전류는 피부에 있는 섬유아세포, 각질형성세포, 신경세포를 자극한다. 세포들은 봉합사에서 흐르는 전류로 만들어진 전기장을 따라 상처 부위로 이동해 회복 속도를 높인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전기 방출 봉합사는 상처 회복뿐 아니라 감염을 막는 효과도 있었다. 연구진은 피부 감염을 일으키는 세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을 키우는 접시에 봉합사를 올려뒀다. 일반 봉합사를 올린 접시에서는 세균이 정상적으로 자랐으나 전기 방출 봉합사를 두면 세포가 자라지 않았다. 생쥐의 상처에 세균을 주입한 뒤 봉합한 실험에서도 전기 방출 봉합사를 사용했을 때 세균 증식이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 교수는 “전기 자극이 상처 회복을 돕는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으나, 전기 자극 장치는 부피가 크고 비싸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사람에게서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 저렴하면서 효과적으로 환자들의 회복을 돕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4),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4-52354-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