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서울대 공동 연구진이 개발한 광학식 촉각 센서의 작동 화면. 사람 피부를 모사해 화면을 누르고 움직일 때 가해지는 힘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게 했다. 필적 감정이나 지문 인식을 이용한 보안성 향상에 활용할 수 있다./울산과학기술원

국내 연구진이 화면 위에 글씨를 쓸 때 작용하는 힘을 정확히 측정하는 촉각 센서 기술을 개발했다. 필적 감정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지석·고현협·김동혁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와 김정욱 서울대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진은 사람의 피부 구조를 모방해 화면 위를 누르고 움직이는 힘을 정확히 측정하는 광학식 촉각 센서를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촉각 센서는 사람이 물체를 누르는 힘이나 물체가 눌리는 패턴을 인식하는 기술이다. 촉각 센서가 측정할 수 있는 힘은 정지 상태와 움직이는 상태로 나뉜다. 기존 촉각 센서는 정지 상태의 힘을 주로 측정한다. 정지 상태의 힘은 물체를 누르고 있는 상태에서 가해지는 힘의 크기나 패턴을 분석하는 데 쓰인다.

촉각 센서는 압력을 측정하는 방식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광학식 촉각 센서는 빛을 이용해 신호를 측정하고, 압력에 따라 변하는 빛의 산란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주로 전자기기의 터치스크린이나 지문 인식에 활용한다. 화면을 누르는 힘의 패턴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로 손가락이 화면을 누를 때 지문 모양을 분석해 사용자를 식별하는 데 쓰인다. 다만 광학식 촉각 센서는 정지된 상태에서 누르는 힘을 측정하는 데는 정확도가 높지만, 움직이는 순간의 힘을 측정할 때는 정확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사람의 피부 구조를 모방해 화면 위를 움직이면서 누르는 힘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촉각 센서 기술을 개발했다. 센서 상단은 피부의 단단한 표피와 부드러운 진피의 물결 모양을 모사해 접촉 면적을 늘리고, 누르는 힘을 강하게 증폭할 수 있게 했다. 센서 하단은 빛의 반사를 최소화하는 백금층을 만들어 측정 정확도를 최대화했다.

이렇게 만든 광학식 촉각 센서는 해상도가 10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 분의 1m) 수준으로 기존 센서 기술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을 적용해 움직임의 방향과 누르는 힘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게 했다. 기존 광학식 촉각 센서는 움직이는 힘을 측정하려면 여러 이미지를 연결해 분석해야 했으나, 이번에 개발한 센서는 순간적으로 입력된 힘만으로도 움직이는 힘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광학식 촉각 센서를 필적 감정처럼 미세한 차이를 구별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연구진은 서로 다른 사람을 모집해 스크린 위에 글씨를 쓰게 하고, 쓴 사람을 분석할 수 있는지 실험했다. 그 결과, 글씨를 쓸 때 화면을 누르는 힘을 분석해 어떤 사람이 쓴 글자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기존 필적 감정은 글자의 크기, 기울기, 문자 간격에 의존해 이뤄진다. 글을 쓸 때 사용하는 힘의 크기를 함께 이용하면 보다 정확한 필적 감정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지석 교수는 “피부를 모방해 정적·동적 압력을 동시에 측정하고 기계학습으로 분석한 첫 연구”라며 “기존 기술보다 저렴하면서도 정확도가 높아 여러 방면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 12일 소개됐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4),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4-523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