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전기차 주행 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전지 기술을 개발했다. 에너지 저장 용량은 뛰어나지만, 내구성이 떨어지는 실리콘 음극의 단점을 보완할 방법을 찾은 것이다.
김원배 포스텍(포항공대) 화학공학과·친환경소재대학원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전도성 고분자와 실리콘 음극재를 결합해 리튬이온전지의 에너지 저장 용량을 4배 늘리는 데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리튬이온전지의 구성은 크게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로 이뤄진다. 이 중 음극재는 에너지 저장 용량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리튬이온전지는 충방전이 가능한 이차전지다. 음극에 저장된 리튬 이온이 전해질을 통해 양극으로 이동하면 전자가 양국에서 음극으로 이동해 전류가 발생한다. 전기차용 전지는 음극재로 흑연을 사용하고 있다. 흑연 음극재는 가격이 저렴해 널리 쓰이나, 에너지 저장 용량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한계도 갖고 있다.
실리콘은 이론적으로 흑연보다 에너지 저장 용량이 10배 가량 커 차세대 음극재로 주목 받고 있다. 하지만 실리콘은 충·방전을 반복할 때 부피 변화가 커 안전성과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고체 전해질막(SEI)이 표면에 만들어져 실리콘 입자가 깨지기도 한다. 고체 전해질막은 음극과 전해질 사이의 접촉을 막아 불필요한 화학 반응을 줄이고 전자의 이동을 돕지만,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연구진은 인공적으로 고체 전해질막을 씌운 음극을 개발해 실리콘 음극의 단점을 보완했다. 고분자 물질인 폴리아닐린을 이용해 인공 고체 전해질막을 만들어 음극 표면에 붙였다. 인공 고체 전해질막은 층 구조로 이뤄져 리튬 이온 저장 능력이 개선되도록 돕는다.
에너지 저장 용량도 크게 늘리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전지를 이용해 고속 충전을 250회 이상 반복한 이후 기존 전지와 에너지 용량을 비교했다. 그 결과, 상용 전지보다 4배 이상 높은 에너지 용량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 고체 전해질막은 음극의 부피 변화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에너지 밀도가 높은 실리콘 음극활물질을 활용해 에너지 용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후속 연구를 통해 전기차 주행거리와 내구성, 충전 속도 모두 개선하기 위한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에너지 화학 저널’에 지난 7월 21일 소개됐다.
참고 자료
Journal of Energy Chemistry(2024), DOI: https://doi.org/10.1016/j.jechem.2024.06.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