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중 공학기술발전포럼'에서 한국과 중국에서 모인 공학자들이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 현황을 발표했다. 중국 공학자들은 현실적인 목표 설정을 강조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차세대 원전을 비롯한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병철 기자

중국 공학자들이 탄소 배출 1위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결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한국공학한림원은 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중국공정원과 함께 ‘탄소중립을 위한 녹색 기술’을 주제로 공학기술발전포럼을 개최했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이 포럼은 한국과 중국의 최고 기술 지성 집단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목표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중국 연구진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에너지 믹스’ 전략을 제시했다. 류 치 중국핵공업그룹 수석엔지니어는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원전을 지속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 원전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중요한 기술로 인정 받았다”며 “중국이 원전을 계속 확대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탄소 배출량이 단연 1위이다. 작년 기준으로 126억t의 탄소를 배출해 2위인 미국의 2배를 뛰어넘었다. 중국 정부는 2060년까지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어나지 않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중국은 전력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안전성이 높은 차세대 원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고온가스로(HTGR) 분야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온가스로는 물을 냉각제로 사용하는 기존 원전과 달리 헬륨 가스를 이용해 원자로의 온도를 낮추는 방식이다. 섭씨 1600도 이상에서도 방사능이 방출되지 않는 3중 피복입자 핵연료를 써 안전성이 우수하다고 평가 받는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고온가스로의 시운전을 마치고 정식 가동을 시작했다.

류 치 수석엔지니어는 “중국은 앞으로 더 많은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라며 “원자력을 활용해 해수를 담수화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해 원전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원전과 함께 재생에너지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류 지전 중국과학원(CAS) 교수는 신재생에너지 기술 현황을 소개하며 “화석 연료 기반의 전력 시스템을 대체할 신전력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분산형과 집중형 발전을 결합해 에너지 공급을 최적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류 지전 교수는 “중국의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은 15억㎾(킬로와트)에 달하며, 앞으로도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신재생에너지는 여러 종류의 에너지를 함께 사용하는 ‘에너지 믹스’ 정책의 핵심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중국 공학자들은 한국과 중국이 탄소중립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류 치 수석엔지니어는 “한국과 중국은 소형 모듈 원자로(SMR)와 고온가스로 분야에서 좋은 협력 파트너”라며 “탄소 중립은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만큼 양국의 산업 강점을 활용해 협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소중립의 목표를 현실적으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장 샤오예 중국 기상과학연구원 교수는 중국은 산업화 이전 대비 평균 기온 상승을 섭씨 2도로 제한하는 것이 목표라고 소개했다. 전 세계 대부분 국가가 산업화 이전 대비 평균 기온을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목표를 추진하는 것과 달리 중국은 그보다 낮은 수준의 목표를 잡은 것이다.

장 교수는 현실적인 목표를 잡고 이를 먼저 달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칭화대의 분석에 따르면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려면 2도 제한 목표 대비 비용이 3~4배 많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중국은 최적화된 탄소 중립 경로를 통해 국제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