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준석 포스텍(포항공대) 교수 연구진이 개발한 메타홀로그램 장치의 작동 모식도. 메타물질을 이용해 눈에 보이지 않는 자외선으로 다양한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포스텍

눈에 보이지 않는 자외선을 이용해 정보 보안을 강화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메타물질을 이용한 홀로그램 장치다. 정보 보안 산업계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노준석 포스텍(포항공대)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자외선 메타홀로그램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27일 밝혔다.

홀로그램은 빛을 이용해 3차원(3D) 영상을 만드는 기술이다. 두 개의 빛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간섭 현상을 이용해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 홀로그램 구현에는 주로 레이저를 이용한다.

과학기술계는 최근 ‘메타물질’을 이용한 홀로그램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메타물질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로,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구조를 바꿔 방출되는 빛의 세기와 특성을 조절할 수 있다. 빛을 이용하는 홀로그램에 다양한 특성을 부여할 수 있어 차세대 재료로 주목받는다. 메타물질을 이용한 홀로그램 기술은 ‘메타홀로그램’이라 부른다.

연구진은 자외선을 이용해 메타홀로그램 기술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자외선은 평소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으나 특정 조건을 갖추면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이 같은 특성을 이용하면 보안, 위조 방지용 스티커 같은 광학 보안에 적용할 수 있다.

자외선은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짧아 메타물질의 나노 구조를 더 작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메타물질 제작에 쓰이는 원자층 증착, 전자빔 리소그래피 공정은 공정 비용이 비싸고 과정도 복잡해 대량 생산에 적합하지 않다.

연구진이 개발한 메타홀로그램 장치는 ‘나노 임프린트 리소그래피(NIL)’ 공정을 적용해 비용은 줄이면서도 성능 저하는 최소화했다. NIL은 틀을 사용해 물질 위에 원하는 패턴을 도장처럼 찍어내는 공정이다. 다만 NIL의 재료로 쓰이는 레진(resin)은 굴절률이 낮아 메타표면의 변환 효율이 떨어진다. 이 같은 단점은 지르코늄 이산화물 나노입자를 포함한 재료를 사용해 해결했다.

이번에 개발한 공정으로 만든 메타홀로그램 장치는 해상도가 60㎚(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로 나타났다. 변환 효율은 빛의 상태에 따라 최대 57.28%를 달성했다. 기존 홀로그램 장치 중에서도 우수한 수준에 해당한다.

노 교수는 “기존 공정의 한계를 극복하고 메타물질의 응용 분야를 확장했다”며 “정보 보호 산업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상업화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화학회(ACS) 나노(Nano)’에 지난 3일 소개됐다.

참고 자료

ACS Nano(2024), DOI: https://doi.org/10.1021/acsnano.4c06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