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2022년 시작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현지에서는 에너지 음료의 판매량도 치솟고 있다. 장시간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군인들에게 각성 효과와 탄수화물의 효과는 그만큼 중요하다. 전 세계 군대는 전쟁터에서도 손쉽게 섭취해 에너지 보충과 활력을 높일 수 있는 식품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러시아와 전쟁을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에너지 드링크를 들고 있다. 군인들은 장시간의 집중력과 기초체력이 요구되는 만큼 에너지 보충과 자양강장 효과를 내는 음식이 필요하다./유나이티드 헬프 우크라이나

국내 성인 남성의 하루 섭취 권고 칼로리는 2400㎉이다. 군인은 이보다 많은 3100㎉를 섭취할 것을 권한다. 신체 활동이 많고 전쟁터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만큼 일반인보다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실제 전쟁터를 누비는 군인들은 매일 일반인의 2배에 가까운 4200㎉를 섭취하라고 권고할 정도다.

하지만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할 것은 칼로리만이 아니다. 적절한 영양분 섭취와 함께 활력 증진, 면역력 증가 효과가 있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도심과 산악, 해변처럼 다양한 환경을 오가야 하는 군인들은 적절한 영양 보충과 자양강장 효과가 필요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는 한약재와 단백질을 융합해 군인들의 건강을 챙기면서도 작전수행 능력을 높이는 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엄병헌 KIST 책임연구원은 “최근 한국군의 기초체력과 지구력 저하 문제가 있다고 알려져 있어 연구를 시작했다”며 “여기에 항산화, 피로 회복 효과까지 낼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자양강장 효과를 내는 물질인 ‘아답토젠(Adaptogen)’을 이용해 군인들을 위한 간편 영양식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엄병헌 책임연구원은 “이미 스포츠 분야에서는 아답토젠을 이용한 선수들의 기량 향상 효과가 확인됐다”며 “기초 체력을 증진하면서도 피로도를 빠르게 회복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답토젠은 인삼, 가시오가피 같은 한약재에 들어 있는 성분이다. 인삼의 주요 성분인 사포닌이 대표적인 아답토젠 물질이며, 스테롤, 피토엑스디스테로이드도 포함된다. 아답토젠이라는 이름은 ‘적응하다(Adapto)’에서 유래했다. 뿌리를 내린 후에는 이동할 수 없는 식물이 주변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사람이 섭취했을 때도 면역력 증강과 스트레스 해소 효과가 뛰어나다.

홍삼 같은 한약재에 포함된 '아답토젠(Adaptogen)'은 뛰어난 자양강장 효과 덕분에 군용 식품으로 활용하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진은 아답토젠과 단백질, 아미노산을 결합한 성분으로 군용 식품을 만들고 있다./KGC인삼공사

아답토젠은 처리 방법에 따라 다양한 효과를 내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홍삼이다. 인삼을 찌고 말려 홍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포닌 성분이 다른 물질과 반응해 구조가 바뀐다. 이 과정에서 아답토젠의 효과가 더해지거나 새로운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KIST 연구진도 아답토젠을 단백질, 아미노산과 결합하는 방식으로 군인을 위한 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군인에게 필요한 효과에 따라 제조 방법을 찾고 이를 섭취가 편한 식품 형태로 만들고 있다. 기술이 개발되면 군부대와 협력해 실제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실증 실험도 할 계획이다. 군인뿐 아니라 소방관들에게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용 범위는 추후 넓혀나간다는 계획이다.

전 세계에 군대를 파병하는 미국은 안정적으로 군용 식량을 보급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다르파)은 코뉴코피아(Cornucopia) 프로젝트를 가동해 미생물 기반 식품을 개발 중이다. 식량 보급이 어려운 지역에서 미생물과 물, 공기를 이용해 군인들을 위한 영양식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미 에너지바 같은 대체 식품이 있으나 충분한 영양분을 얻기는 쉽지 않다. 반면 미생물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3대 영양소가 풍부하고 다양한 무기질도 갖추고 있다. 미생물의 발효 능력을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단백질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다르파)이 구상 중인 공기 기반 군용 식품 생산 기술 개념도. 군용 수송차량인 험비에 미생물 배양, 공기 포집 장비를 결합해 어디서든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미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은 군용 수송차량인 험비에 장착해 식량을 생산하는 장치를 구상했다. 공기 포집 장치와 미생물 배양실로 구성된 이 장치는 전쟁터를 누비면서도 식량을 보급할 수 있다. 전기에너지로 공기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화학 반응을 일으켜 포름산염과 아센트산염을 만든 후 미생물을 이용해 포도당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여기에 철분과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을 더하면 한 끼 식사를 만들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윌리엄 스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이번 연구의 목표는 음식에 필요한 영양소를 공기에서 최대한 많이 뽑아내는 것”이라며 “최종적으로는 완전 식품에 가까운 음식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군용 식품 기술은 우리의 일상 생활에도 활용될 수 있다. 군인에게 필요한 집중력과 기초 체력, 에너지 보충은 현대인들에게도 큰 숙제이다. 엄 책임연구원은 “군인의 집중력을 키우기 위한 식품 기술은 수험생처럼 많은 공부량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소방관, 경찰처럼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자양강장 효과와 에너지 보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