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면서 본격적인 무더위와 함께 모기의 시간이 찾아왔다. 전 세계가 지구 온난화로 무더운 여름을 보내면서 질병을 옮기는 모기의 활동도 크게 늘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모기가 매개하는 말라리아, 뎅기열 같은 감염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매년 7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는 1일 모기 퇴치를 도울 로봇 기술을 담은 논문 2편을 동시에 발표했다. 불임을 유발하는 킬러 모기를 싣고 밀림 깊은 곳으로 침투하는 드론 기술과 자동으로 생식 능력이 떨어지는 모기를 선별하는 로봇 기술이다. 장차 생태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혀져 상용화되면 모기가 옮기는 감염병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킬러모기’ 운반하는 정밀 유도탄, 드론으로 구현
킬러 모기는 월바키아 박테리아에 감염된 모기를 말한다. 월바키아는 곤충에서 흔히 발견되며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는다고 알려졌다. 덕분에 모기에게 감염돼 질병을 유발하는 지카바이러스, 뎅기바이러스를 막으려는 인간의 동맹군으로 주목 받고 있다. 또 월바키아 박테리아에 감염된 수컷 모기와 감염되지 않은 암컷 모기가 짝짓기를 하면 알이 부화하지 않아 모기 자체의 개체수도 줄일 수 있다.
글로벌 비영리 단체 ‘세계 모기 프로그램(World Mosquito Program)’ 연구진은 킬러 모기를 운반하는 드론을 개발했다. 세계 모기 프로그램은 올해부터 브라질에서 월바키아 모기를 방생할 계획이다. 하지만 도시가 아닌 울창한 밀림 속까지 모기를 운반하기는 쉽지 않다. 연구진이 모기 운반을 도울 드론을 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연구진은 한 번에 모기 16만 마리를 실을 수 있는 드론을 개발했다. 내부에는 모기를 작은 무리로 나눌 수 있는 장치도 넣었다. 장기간의 비행에도 모기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후 제어 시스템을 넣어 방생된 모기가 즉시 활동할 수 있도록 했다.
드론은 밀림 상공을 비행하면서 한 번에 150마리씩 모기를 방생한다. 연구진은 호주 옆에 있는 섬나라인 피지에서 성능 검증 시험을 두 차례 진행했다. 첫 시험은 넓은 지역에 얼마나 균일하게 방생할 수 있는지, 두 번째 시험은 방생된 월바키아 모기가 개체수 감소를 낼 수 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드론을 원격 조종해 모기를 방생하면 개체수 조절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람 손보다 17배 빨리 모기 선별
박테리아를 이용하지 않고도 모기 자체의 생식 능력을 이용해 개체수를 조절하려는 시도도 있다. 중국 광저우월바키바이오텍 연구진은 이날 같은 학술지에 모기 번데기의 생식 능력을 감별하는 장치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수컷 모기는 번데기의 크기에 따라 생식 능력에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식 능력이 떨어지는 번데기를 골라 자연계에 퍼뜨리면 모기의 번식을 줄일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다만 사람이 일일이 번데기를 보고 선별해내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연구진이 개발한 장치는 전문가보다 17배 빠른 속도로 모기 유충을 선별해냈다.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장치를 동시에 관리했을 때 1주일에 최대 1600만 마리의 모기 유충을 골라낼 수 있다.
연구진은 광저우에서 모기 선별장치로 고른 불임 모기를 방생하고, 개체수 조절 효과가 있는지 확인했다. 생식능력이 떨어지는 모기를 방생한 지 4주 뒤 모기 알의 부화율은 평균 40% 수준에 머물렀다. 자연에서는 80%를 웃돌았다. 모기 개체 수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모기 분류 로봇이 강한 개체수 억제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박테리아를 사용하지 않고도 불임 모기를 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큰 기술”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Science Robotics(2024), DOI: https://doi.org/10.1126/scirobotics.adj6261
Science Robotics(2024), https://doi.org/10.1126/scirobotics.adk7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