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르 유니스(Qasar Younis) 어플라이드 인튜이션 최고경영자(CEO)는 26일 서울 강남구 위워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미래에는 자동차가 휴대폰처럼 삶의 연장선상이 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모든 기업이 AI 기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종현 기자

현대차(005380)그룹은 지난 3월 68조원에 달하는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2026년까지 3년 간 국내에서 8만명을 채용하고, 이와 별개로 투자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도 19만 8000명에 달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의 대대적인 투자 목표 중 하나가 ‘소프트웨어 중심 차(SDV·software defined vehicles)’다. 말 그대로 SDV는 자동차 자체가 소프트웨어가 들어간 하나의 전자기기가 되는 걸 의미한다. SDV는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자동차 제조사가 미래로 꼽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SDV 시장이 2020년 180억달러(약 25조원)에서 2025년 520억달러(약 72조 124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 제조사마다 미래로 꼽고 있는 SDV 시장의 승자는 누가 될까. SDV 경쟁 중인 모든 자동차 제조사의 러브콜을 받는 스타트업이 있다.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공급하는 미국의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이다. 전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사 20개사 중 18개사와 협력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은 지난 3월 2억 만달러(약 3500억원) 규모의 시리즈E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기업가치는 60억달러를 인정받았는데 현대모비스(012330) 시총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위워크 회의실에서 만난 카사르 유니스(Qasar Younis) 어플라이드 인튜이션 최고경영자(CEO)는 “미래에는 자동차가 휴대폰처럼 삶의 연장선상이 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모든 기업이 AI(인공지능) 기업화할 것”이라며 “인구 성장이 정체되면 한정된 수요로 자동차 시장의 경쟁은 더 치열해지겠지만, 자동차 소프트웨어 분야는 성장에 제약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DV는 흔히 ‘자동차의 스마트폰화’라고 비유된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양분했듯 SDV 플랫폼도 특정 기업이 차지하지 않을까. 유니스 CEO는 이런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바로 답했다.

그는 “휴대폰보다 자동차는 하드웨어의 브랜드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했다. 브랜드의 역사와 깊이도 휴대폰 제조사와 자동차 제조사를 비교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유니스 CEO는 “무엇보다도 휴대폰 시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동차 회사들이 이미 지켜보면서 교훈을 얻었다”며 “자신들의 밥그릇을 빼앗길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 EV 언플러그드 그라운드'에서 고객이 '기아 커넥트 스토어'를 체험하는 모습./연합뉴스

결국 자동차 제조사가 저마다 SDV 전략을 가지고 각자의 시장과 소비자에 어울리는 차량과 서비스를 내놓으리라는 게 유니스 CEO의 생각이다. 그는 “소비자가 소프트웨어와 고도화된 경험을 바탕으로 차량을 선택하는 모습은 마치 삼성이나 LG의 전자제품을 고르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며 “이런 변화에 더 빨리 적응하고, 엔지니어들이 더 빨리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도록 돕는 자동차 제조사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업 전에 독일 보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현대차 싼타페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유니스 CEO는 “SDV를 잘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개발과 제조 공정을 모두 해체해서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 새로운 휴대폰 기종이 6개월마다 나오는 건 이런 체질 개선이 완료됐기 때문”이라며 “자동차도 SDV에 적합하게 새로운 공정을 적용하면 얼마든지 1년 마다 새로운 기종을 내놓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테슬라를 언급하며 “테슬라가 잘한 것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해서 하드웨어가 만들어지는 와중에도 소프트웨어는 별도로 업데이트를 계속한 것”이라며 “과거에 컴퓨터나 휴대폰을 제작할 때 마주했던 변화를 자동차에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유니스 CEO는 한국 시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많은 임팩트를 가지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과 많은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고, 준비가 되면 상세한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은 한국에 지사를 세우고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구체적인 기업 이름은 밝히지 않았지만, 자동차와 가전 분야의 대기업이 모두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의 한국 고객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