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빈 서울대의대 교수 겸 투바이오스 대표가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의대 연구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당뇨병 환자들은 하루에도 여러 번 혈당을 조절할 인슐린을 스스로 주사해야 한다. 환자가 직접 주사하다 보니 위생적으로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고, 특히 주사 바늘에 대한 공포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도 많다. 한 조사에 따르면 환자의 20~30%가 주사 바늘에 대한 극심한 공포를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영빈 서울대 의대 의공학과 교수가 창업한 투바이오스는 주사 바늘 공포를 옛말로 만들 기술을 선보였다. 환자의 몸 안에 한 번 이식하면 주사를 놓을 필요 없이 간편하게 약물을 주입하는 기기이다. 최 교수는 지난 10일 국내 바이오 산업 전시회인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4(BIX 2024)’가 주최한 바이오헬스 혁신 창업팀 경연대회에서 이 기술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는 아직 임상시험에 들어가지 않은 창업 초기 기업들이 기술력을 놓고 경쟁한다. 투바이오스는 혁신성과 상용화 가능성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최 교수는 경연대회에서 “체내 이식형 약물 전달 디바이스(기기)는 한 번의 이식으로 반영구적인 사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영빈 서울대의대 의공학과 교수가 창업한 투바이오스는 체내 이식형 약물 전달 디바이스를 개발했다. 당뇨병 환자의 자가 주사 불편함을 해소해 줄 수 있는 기술이다./투바이오스

최 교수가 투바이오스를 창업한 건 2019년이다.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 연구실에서 만난 최 교수는 “처음에는 수술용 봉합사(실)를 창업 아이템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봉합사는 약물을 자동으로 방출해주는 첨단 기술이 접목됐지만, 제품 단가가 너무 낮은 탓에 스타트업이 진입하기에는 장벽이 높았다. 최 교수는 새로운 창업 아이템을 찾던 중 체내 이식형 약물 전달 디바이스의 원천 기술을 개발해, 2021년부터 본격적인 사업 준비에 착수했다고 했다.

최 교수는 “자가 주사 약물은 인슐린이 대표적인데, 환자가 정확한 시간에 정확한 방법으로 약물을 투입하는 게 쉽지 않다”며 “몸 안에 약물 전달 디바이스를 넣고, 간단하게 버튼을 눌러 간편하게 약물을 주입하면 환자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금도 체내 이식형 약물 전달 디바이스는 있다. 하지만 전자동식이라 배터리가 들어간다. 그러다 보니 주먹 하나 만한 크기로 환자의 불편함이 클 수밖에 없다. 배터리 수명이 되면 다시 수술로 이전 장치를 몸에서 꺼내고 교체하는 것도 쉽지 않다. 대략 5년 마다 이런 수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투바이오스가 개발한 체내 이식형 디바이스는 기계식 구동 방식이라 배터리가 없어도 작동한다. 손가락 두 마디 길이로 크기도 줄였다. 약물은 주사를 통해 주입하면 되는데, 2~3개월에 한 번씩 병원을 방문해 의사가 충전용 포트에 주사를 통해 약물을 충전하는 방식이다. 최 교수는 “환자가 스스로 자가 주사를 해야 하는 불편을 없앤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배터리가 없기 때문에 재이식을 위한 추가 수술도 필요없다”고 말했다.

투바이오스가 개발한 체내 이식형 약물 전달 디바이스 개념도. 배 부분에 이식한 디바이스를 환자가 손으로 클릭하면 디바이스에 있는 약물이 체내에 주입되는 방식이다. 장차 리모컨 같은 장비로 무선 작동하는 방식을 계획하고 있다./투바이오스

최 교수는 모바일 앱을 통해 환자가 약물 투여량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투여 스케쥴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고 있다. 최 교수는 “인슐린을 첫 번째 타겟으로 보고 있지만, 비만용 치료제나 다양한 약물에 모두 적용할 수 있다”며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 교수는 생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을 진행해 문제 없이 작동하는 것도 확인했다.

당뇨병 환자는 언제쯤 투바이오스의 제품을 사용할 수 있을까. 최 교수는 아직 시제품을 만든 수준으로 임상시험에 진입하려면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인증을 받은 시설에서 다시 제품을 만들어서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투바이오스는 반려동물용 디바이스의 임상시험은 2026년 말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인체용 디바이스는 2027년에 임상시험을 시작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기술적인 부분은 걸림돌이 없다고 보고, GMP 시설에서 임상시험용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투자를 유치하고, 인허가를 위한 절차를 밟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공학자 출신으로 의대 교수가 된 이색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서울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와 일리노이 주립대에서 각각 전기공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석사 시절 의공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조지아 공대 화학생물공학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연구했다.

그는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다른 분야에 비해 발전이 더딘 이유로 데스밸리(자금이 필요한 시기에 경영난을 겪는 상황)에서 기다려 주지 않는 문화를 꼽았다. 최 교수는 “의료기기 산업은 인허가나 규제 기관 설득 등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품을 출시하기까지 인큐베이션(창업 보육) 기간이 아주 길다”며 “자가 주사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을 많이 봤기 때문에 이 기술은 사장되지 않고 환자들에게 쓰였으면 하는 마음에서 기술이전을 하지 않고 직접 창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Bioengineering & Translational Medicine(2022), DOI : https://doi.org/10.1002/btm2.10320

최영빈(오른쪽) 서울대 의대 의공학과 교수는 2019년 투바이오스를 창업했다. 사진은 최 교수와 함께 일하는 투바이오스 직원들./투바이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