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자율주행차의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결빙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자율주행 성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높은 온도의 열을 내는 물질을 찾아냈다. 본격적인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필요한 표준 기술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선경 경희대 응용물리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겨울철 자율주행차의 성능을 떨어뜨리는 얼음을 녹이는 메타물질 발열필름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자율주행차는 센서를 이용해 주변 환경을 파악해 안전한 경로를 파악해 자동으로 운전한다. 자율주행 센서는 크게 라이다(LiDAR)와 레이더(RADAR)로 나뉜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레이더는 전파를 쏴 주변 물체에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로 주변을 인식한다. 라이다는 높은 정확도로 자율주행차 성능을 높이는 데 유용하지만, 비싼 가격이 단점으로 꼽힌다. 레이더는 물체의 자세한 모습을 보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악천후에 강하고 저렴해 자율주행차 센서로 활용되고 있다.
레이더는 안개가 짙게 끼거나 폭우가 내리는 악천후에는 강하지만 표면에 얼음이 얼거나 서리가 생기면 오작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신호의 강도가 약해지는 ‘감쇠’로 인해 실제 환경과 센서의 정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레이더에 쓰이는 마이크로파 대역 전파에서 작동하는 발열필름을 개발하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경희대 연구진은 표면 대부분이 금속 물질로 덮여 있으면서도 전파 투과율이 높은 필름 신소재를 개발했다. 메타물질을 사용해 발열 효과까지 구현해 센서 신호를 막는 얼음이나 서리를 쉽게 제거할 수도 있다. 메타물질은 자연계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 특징을 가진 물질을 말한다.
이번에 개발한 메타물질은 빛이 공기를 지나가듯 전파가 100% 투과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0.7㎜ 두께의 유리 기판에 300㎚(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 두께로 구리 필름을 코팅해 반도체 공정으로 표면에 문양을 새겨 만들었다. 또 메타물질의 전기저항은 세계 최고 수준인 0.41옴(Ω)으로 나타났다. 저항이 높으면 전기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며 높은 온도를 낼 수 있다.
연구진은 영하 20도의 극저온 환경에서 발열필름의 성능을 확인했다. 4.5V의 전압을 연결했을 때 센서 표면의 얼음이 수초 이내에 모두 녹아 사라졌다. 자동차의 정격 전압인 12V를 연결했을 때는 1초 이내의 결빙 제거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 교수는 “금속 메타필름이 극저온 환경에서도 레이더의 정상 동작을 보장하는 자율주행의 표준 기술이 있다”며 “이 필름은 겉보기에는 일반 금속과 비슷해, 스마트폰과 같이 금속 필름을 사용하면서도 전파 간섭을 억제할 때도 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달 28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Nature Communications,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4-49001-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