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진이 독수리의 시각을 모방한 카메라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카메라(왼쪽)는 먼 물체를 확대하지 못하거나 확대할 경우 주변 시야가 흐려져 움직임을 파악하기 어렵다. 반면 이번에 개발한 카메라(오른쪽)는 물체를 확대해 보면서도 주변 시야를 선명하게 얻어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다./기초과학연구원

독수리는 상공에서 비행하며 수㎞ 떨어진 토끼 한 마리도 정확히 포착한다. 빠르게 움직이는 동물을 손쉽게 사냥할 수 있는 건 독수리의 뛰어난 시각 능력 덕분이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독수리의 시각 능력을 모방한 카메라 기술을 개발해 먼 곳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선명하게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김대형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 부연구단장과 송영민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먼 거리에서 이동하는 물체를 효과적으로 포착하는 카메라 기술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진은 독수리의 눈에서 영감을 받아 카메라의 물체 추적 성능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독수리는 망막에 깊고 좁은 모양의 ‘중심와’가 있어 멀리 있는 물체를 확대해 볼 수 있다. 중심와에는 색을 감지하는 원추세포가 밀집해 있어 물체를 선명하게 인지할 수 있게 돕는다. 가시광선만 볼 수 있는 사람의 눈과 달리 새의 눈은 자외선도 감지할 수 있어 복잡한 자연 환경에서도 물체를 효과적으로 인식한다.

연구진은 인공 중심와와 가시광선·자외선을 감지할 수 있는 다중 파장 이미지 센서를 이용해 카메라를 개발했다. 다중 파장 이미지 센서는 전기·광학적 특성이 우수한 페로브스카이트 구조의 물질로 만들었다. 서로 다른 파장 영역을 흡수하는 네 종류의 물질을 사용해 센서를 만들고 이를 수직으로 쌓아 올려 색 필터 없이도 색을 구분할 수 있게 했다.

박진홍 IBS 나노입자 연구단 연구원은 “다중 파장 이미지 센서 제작을 위한 공정도 새롭게 개발했다”며 “페로브스카이트 패터닝 기술과 결합해 필터 없이 가시광선뿐 아니라 자외선까지 감지가 가능한 센서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과 광주과학기술원(GIST) 공동 연구진이 개발한 카메라의 작동 원리. 연구진은 독수리의 시각을 모방해 먼 거리에서 움직이는 물체를 효과적으로 포착할 수 있게 했다./기초과학연구원

줌 렌즈를 사용할 때 확대된 물체의 주변부를 인지할 수 없는 기존 카메라 기술의 단점도 보완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카메라는 시야 중앙부 물체를 확대하면서 주변부 시야까지 제공해 주변부 시야도 인식할 수 있다. 두 가지 정보 차이를 바탕으로 물체의 움직임을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다.

연구진은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카메라의 물체 인지, 움직임 감지 성능을 확인했다. 물체 인지 능력에서는 신뢰 점수 0.76점으로 기존 카메라 시스템의 0.39점보다 2배 가량 높은 점수를 받았다. 움직임의 변화율도 기존 카메라 시스템의 3.6배 이상 개선해 움직임을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부연구단장은 “새의 눈은 높은 곳에서 비행하면서도 멀리 있는 물체를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하기 유리한 구조로 진화했다”며 “물체 감지 능력이 필요한 무인 로봇, 자율 주행차 같은 곳에 응용할 수 있고 새와 유사한 환경에서 작동하는 드론에서 장착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30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Science Robotics, DOI: https://doi.org/10.1126/scirobotics.adk6903